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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직도 '물건'인 반려동물

정수진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

'동물=물건' 법체계 현실 괴리 불구

민법 개정안, 논란속 아직 통과 안돼

'동물권' 인정땐 상속·양육권 가능

사람과 공존 위한 법률정비 나서야

정수진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




요즘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필자도 1년 전쯤 강아지 ‘두두’를 입양했다. 반려인이 된 뒤로 두두가 혹여나 아플까, 굶을까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산책 가자, 배고프다, 놀아달라, 자고 싶다 등의 의사 표현이 확실한 두두가 없는 삶은 이제 생각하기 어렵다.

대학교 민법총칙 강의 때 배운 동물은 민법상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는 참으로 매정하다고 몸소 느낀다. 이 같은 법체계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법무부는 2021년 7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제98조의 2)을 입법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는 않았다.

현행법상 동물에 관한 기본법은 동물보호법이다. 동물보호법은 동물권을 보호하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사람은 필요·선택에 따라 동물을 구분하고 달리 취급한다. 각종 법령에서 동물을 반려·식용·실험·유희의 대상 등으로 구분한다. 위해 여부에 따라 박멸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 가운데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민법 개정안을 이끈 것은 반려동물이다.



실험·유희·식용 대상의 경우에도 인식은 점점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동물 보호의 관점일 뿐 권리 주체성과는 무관하다. 동물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팽배함에도 동물에게 권리 주체성까지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느냐의 관점에서 민법 개정안 통과가 지체되고 있다. 하지만 법은 일정한 가치를 선언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사법(私法)의 일반법인 민법은 더욱 그렇다. 동물의 권리 주체성을 인정할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민법 개정안은 적극적인 동물권 제도 설계의 디딤돌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후속 입법으로 반려동물은 압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고 부부 이혼 시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닌 양육권 합의 대상으로 규율될 것이다. 나아가 반려동물에 대한 재산상속 제도도 도입될 수 있다. 독일은 1990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을 민법에 신설한 후 동물권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 민법에 따르면 협회나 재단 등을 통해 반려동물을 상속 대상으로 지정하면 유산상속이 가능하다. 국내 한 시중은행은 가입자가 돈을 예치하고 사망했을 때 반려동물을 돌보는 사람에게 비용을 지급해주는 반려동물 신탁(pet trust)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현행법상으로도 신탁 형태의 반려동물을 위한 상속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민법에 반려동물을 위한 상속재산관리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장차 자식처럼 여기는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권 소송·상속 분쟁도 발생할 수 있다. 형사사건에서도 피해 동물은 재산죄의 객체가 아니라 새로운 범죄 피해자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앞으로는 변호사가 공익의 대변자로서 인권을 수호해왔던 기존 역할에 더해 동물의 권리를 수호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독일에서는 일정 단체에 동물 보호를 목적으로 한 소송 및 정보 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스위스는 동물 변호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동물권 보호를 위한 정책 마련 및 제도 개선을 위해 법률을 정비하고, 법률 전문가들도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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