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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 강조했는데…'고거전', 아쉬운 역사 왜곡 논란 [SE★초점]

원작자와 갈등 중인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원작자 "역사 왜곡 수준"vs제작진 "흐름상 필요"

그동안 고증 강조한 '고려 거란 전쟁'의 아쉬움

'고려 거란 전쟁' 포스터 / 사진=KBS




'고려 거란 전쟁'의 원작자와 제작진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원작자는 드라마가 자신의 소설과 결을 달리하고 있으며, 역사 왜곡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고, 제작진은 이야기 흐름상 필요한 각색이라고 반박했다. 극 초반 퓨전 사극과 달리 고증에 힘쓰는 대하드라마기에로 인기를 얻어왔기에 고증 논란 자체가 아쉬운 상황이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연출 전우성 김한솔/이하 '고거전')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의 이야기다. 최근 방송된 '고거전'에서는 강감찬(최수종)과 현종(김동준)이 지방 개혁 돌입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담겼다. 김은부(조승연)의 탄핵을 두고 갈등이 심해진 것. 현종은 강감찬에게 개경을 떠나라 명하고 분노를 삭이지 못해 말을 몰며 절규했다. 현종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수레를 피하려다 낙마 사고를 당하는 모습도 담겼다. 해당 장면이 방송되자 시청자들은 현종이 철없는 인물로 묘사된 게 이해되지 않았고, 강감찬은 너무 감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황후들의 궁중 암투가 시작되면서 질투를 하는 원정왕후(이시아)의 모습이 막장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도 있다.

◇ "역사왜국 수준의 각색, 우려스럽다" = 해당 내용이 방송되자 원작을 집필한 길승수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종의 지방제도 정비는 드라마처럼 심한 갈등으로 묘사되지 않았다. 현종의 낙마도 원작에 없는 내용"이라며 "현종은 관용과 결단력을 같이 갖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당초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돼 현종과 대립해 거란의 침공을 부르는 이야기에도 화들짝 놀랐다"며 "역사왜곡 방향으로 가면 (논란으로 조기 종영한)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도 뿔이 났다. 시청자들은 지난 26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KBS 앞에서 트럭 시위에 나서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고거전'의 상식 밖 전개와 역사 왜곡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하 사극은 다른 창작물과 결이 다르다. 역사 상식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시위 이유를 밝혔다.



'고려 거란 전쟁' 포스터 / 사진=KBS


◇ "원작 소설 드라마화 아냐, 방향성 따라 각색" = '고거전' 제작진도 입장을 밝히며 길 작가의 의견을 반박했다. 제작진은 "작품은 2020년 하반기 대하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던 전우성 감독의 기획에서 시작됐다. 전 감독은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당대에 유효한 시사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찾던 중 11세기 초 고려와 거란과의 전쟁 시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또 애초에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이 아니기에 충분한 각색은 있을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제작진은 "개발에 착수하던 중 길 작가의 소설을 검토했고, 2022년 상반기 판권 획득 및 자문 계약을 맺었다. 2022년 하반기 이정우 작가가 드라마에 합류했고, 소설이 이야기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집필한 것"이라며 "자문 경험이 풍부한 조경란 박사를 중심으로 자문팀을 새로 꾸려 스토리 라인을 썼다. 역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보다 상황을 극대화하고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를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고증 강조했던 '고거전', 안타까움 남는 논란 = 역사 왜곡 논란이 안타까운 건, 그간 '고거전' 제작진이 고증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각 전쟁신은 당대를 구현하기 위해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산성 전투를 구현하기 위해 직접 산을 올랐고, 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CG 비용은 KBS 역대 CG 비용 중 최고 수준으로 사용했다. 거란 복식을 만들기 위해 몽골의 고고학연구소를 찾았고, 자료가 많지 않은 고려의 복식은 국내외 고서적을 참고했다. 전쟁에 사용된 무기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제작진은 힘썼다. 또 전쟁신에서 철갑을 뚫는 무기의 종류 등까지 세심하게 고심했다.

시청자들은 이런 디테일에 열광했고, 고증에 충실한 역사 드라마가 나왔다고 박수를 보냈다. 때문에 시청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가 원작 소설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영상화에서 각색은 당연히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대하드라마의 무게감은 다르다. 시청자들이 대하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역사책을 보듯, 우리 땅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알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 ‘수신료의 가치’를 앞세운 '고거전'인 만큼 논란이 일어난 상황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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