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 대기업 US 스틸 인수를 두고 “끔찍한 이야기(So terrible)”라며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선두를 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의 뜻을 밝힘에 따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수 인가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1일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운송노조(팀스터즈)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US 스틸이 일본에 인수되고 있다. 끔찍한 이야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용을 국내로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명확한 반대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1월 20일 뉴햄프셔주 연설 당시 미국의 경제가 침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은) 과거 위대한 기업이었던 US스틸을 일본에 판 나라”라고 언급한 게 전부였다.
트럼프가 이번 인수를 선거 쟁점화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철의 인수 발표 후 미국에서는 미철강노조(USW)와 의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된 상태다. US스틸이 공장을 둔 중서부 미시간주와 동부 펜실베니아주가 이번 대선의 격전지라는 점도 무시 못 할 부분이다. 이들 주가 속한 일명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는 지난 중간선거에서 캐스팅보트였고, 직전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상의 관점에서 인수를 심사한다는 입장이다. 미 정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자국 기업이 외국에 매각될 때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을 때 검토를 거쳐 대통령에게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심사는 3~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FIUS의 전직 고위 관리는 닛케이에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 정부 관계자들이 이 안건의 결정이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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