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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이 문제 아니다” 政 필수의료 패키지에 의료계 ‘패닉’ 투쟁 나서나

개원면허·혼합진료 금지 등 조치에 개원가 반발

전공의·의대생들도 혼란…총파업 등 단체행동 촉각

14보건복지의료연대, 400만 표심 앞세워 총선 카드

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 의대증원 관련 입장이 담긴 손팻말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필수의료 강화라는 명분 아래 의료인의 형사 처벌 완화 등 당근책을 꺼냈지만 의료계 곳곳에서는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필수의료를 살린다더니 되려 말살하려 든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인턴, 레지던트 등 이번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드는 전공의와 현역 의대생들의 결집 여부에 따라 총파업 등 의료계가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4대 패키지에 대해 개원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개원의가 주축인 대한의사협회는 1일 필수의료 정책 4대 패키지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필수의료 소생이 절실하나 의대 증원만이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특히 △비급여 혼합 진료 금지 △사망 사고 및 미용·성형을 제외한 제한적 특례 적용 범위 △개원 면허 및 면허갱신제 도입 등이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발표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개원의사들이 반발하는 원인은 크게 혼합진료 금지와 개원 면허 2가지로 나뉜다. 혼합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와 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형태다. 건보 적용이 되는 물리치료와 환자가 부담하는 도수치료를 함께 받는 경우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미용성형 등 고수익이 보장되는 비급여 분야로 의사들이 몰릴 것"이란 논리를 펼치자 비급여 시장 진입을 억제하기 위해 칼을 빼든 셈이다. 의협은 "시장경제에 반할 뿐더러 국민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정책"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비급여 영역을 정부의 관리 아래 편입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헌의 소지가 큰 데다 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나누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이유다. 이세라 외과의사회장(미래의료포럼 대외협력위원장)은 “의료 수가가 너무 낮아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하다보니 의사들이 비급여 영역으로 몰리면서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비급여 영역을 건드리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미용성형 쏠림 현상을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보건의료정책 기반 마련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공동 공약 기자회견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등 참석단체 대표자들이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단 개원 의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번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혼란에 빠졌다. 수련을 마치고 대학병원 교수 등으로 남지 못하면 개원하거나 봉직의 생활을 해야 하는데, 개원 면허 등으로 개원가의 허들을 높이면서 의사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정부가 면허관리를 선진화한다는 명분 아래 추진을 예고한 '개원 면허'는 의사 면허와 별도로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마친 이에게만 개원 자격을 주는 것을 말한다. 영국, 캐나다 등에서 시행 중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확충하되 신규 의사인력이 미용성형 등 비급여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원 면허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용 의료 영역의 경우 시술 자격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에 인턴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등의 변화도 전공의나 현역 의대생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요소로 거론된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필수의료에 부적합한 인턴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려 필수의료 붕괴를 막겠다는 건 현장을 전혀 모른다는 얘기”라며 “의사의 미래는 물론이고 필수의료의 미래는 없음을 재확인시키면서 그나마 의대 증원 등 정권을 지지하던 일부 의사들도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 규모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재차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설연휴 전후로 의료계가 총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의협은 이미 지난해 12월 ‘총파업(집단 휴진)’에 관한 회원 설문조사를 마쳤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최근 응답자의 86%가 의대 증원 강행 시 집단행동에 나설 의사를 보였다는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의협은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나 단체행동 여부에 대해 아직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해 간호법 제정을 막기 위해 뭉쳤던 임상병리사·방사선사·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작업치료사·요양보호사 등 보건의료계 직역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세 결집에 들어갔다.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 직전 '14보건복지의료연대'가 의협 회관에서 '올바른 보건의료정책 기반 마련을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공동 공약 기자회견'을 열고 요구사항을 제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날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보건의료 및 복지 분야 전문가로서 올바른 정책 대안을 제안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들이 제시한 공약은 △보건의료 및 복지정책 수립 시 전문가들의 의견 존중 △보건의료 직역별 업무 안정성을 법률로 보장 △사회적 변화와 그 요구에 맞는 직역별 역할 정립 △직역별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성 제고와 처우 개선 △대체의료인력 지원과 면허 및 자격의 신고와 관리 효율성을 위한 보건의료인력 관리시스템 확립 △일차의료 중심의 통합의료 돌봄 서비스 확립 △고령 인구의 의료 접근성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에 400만 명이라는 머릿 수를 앞세워 여야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설 연휴 직전에 의대 증원 규모가 발표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의료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패키지는 그간 의료계가 투쟁으로 맞섰던 의약분업이나 원격의료와는 차원이 다른 '핵폭탄' 급의 중대 사안이다. 1000~2000명까지 거론되는 의대 증원보다도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 자명하다"며 "의협은 전국대표자회의와 대규모 장외 집회, 무기한 파업 투쟁을 포함한 모든 투쟁 수단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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