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중국 음력설)를 앞두고 명절 필수 음식인 돼지고기 소비량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침체된 경제 상황에 중국인들이 닫힌 지갑을 열지 않으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증폭되는 양상이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춘제를 앞둔 중국에서 돼지고기 소비량이 뚝 떨어져 심각한 경제문제를 드러낸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시장의 한 상인은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5분의 1가량 하락했지만 예년 연휴 기간보다 판매량이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 동부 지역의 한 돼지고기 공급 업자도 농민공(이주노동자)들이 춘제에 돼지고기를 구입하려 약 1000위안(약 19만 원)을 썼는데 지금은 겨우 300위안(약 6만 원)을 들이거나 아예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돼지고기 수요는 지난 수개월간 둔화했지만 최대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요가 약한 상태”라며 “임금 감소가 가계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면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소비와 (돼지고기) 공급과잉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 업체인 상하이JC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는 100만 톤 줄어든 약 5400만 톤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폭의 감소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소비국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의 CPI는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특히 12월에는 돼지고기 가격이 26.1%나 하락하면서 CPI도 전년 동월 대비 0.3%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경제 부진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연간 40% 이상 급감했다.
중국 당국은 돼지고기 가격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 차단에 힘쓰는 모습이다. 특히 돼지 사육 규모가 확대됐음에도 소비가 늘어나지 않자 공급과잉으로 양돈 농가에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돼지 생산 규모 감축 지도에도 나섰다. 레이류궁 농업농촌부 국장은 “여전히 개체 수가 많아 향후 한두 달간 도축이 이어져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겠지만 번식용 암퇘지 수가 줄어들면 2분기에는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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