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본격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레고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와 함께 치료제를 개발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낸 ‘ADC 대표주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부상하는 ADC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유망 바이오텍과 협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레고켐바이오와 위탁개발(CDO)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항체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세포주 개발부터 임상물질 생산 전반에 걸쳐 레고켐바이오에 CDO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6년 설립된 레고켐바이오는 ADC 기술 및 합성신약 분야에서 차별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해 대장암 등 고형암 대상 ADC 치료제 후보물질 ‘LCB84’를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텍에 최대 17억 달러(2조 24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며 주목 받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술이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레고켐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들과 맺은 기술이전 계약은 총 13건으로 최대 8조 7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이번 계약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집중하는 ADC 기술 확보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내 준공을 목표로 ADC 의약품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활용해 ADC 기술을 보유한 유망 바이오 기업에 투자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ADC 링커 및 접합 기술 개발사인 스위스 아라리스바이오텍, 9월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인 에임드바이오에 투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참전과 함께 올해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간 ADC 유치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ADC 제품의 주요 공급 업체인 론자는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ADC에 특화된 신규 생산단지를 올해부터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다양한 국가에서 ADC 또는 이중·다중항체 관련 24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ADC 기술 확보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상황과 관련이 깊다. 지난해 화이자는 ADC 개발사 시젠(Seagen)을 총 계약금액 430억 달러(약 57조 원)에 인수했다. 머크는 다이이찌산쿄의 ADC 3종을 약 22억 달러(약 29조 원)에 도입했다. 두 거래는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각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과 기술이전 거래로 기록됐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ADC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투자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며 “레고켐바이오와 같은 국내 유망한 바이오텍과의 협업을 강화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해외 기업을 통해서만 ADC용 항체를 공급받아 왔지만 이번 계약으로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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