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4일로 2년이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유력 언론인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조만간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평화 협상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철수 등 ‘영토적 완전성 회복’ 없이 평화 협상은 성립될 수 없다고 맞섰다. 양측의 불신과 혐오를 볼 때 두 당사국 간 자력에 의한 종전은 불가능해보인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 장기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속 능력은 물론 저항 의지마저 완전하게 소멸시키는 소모전을 추구한다.
전쟁은 모두에게 잔인하다.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인명 손실이 38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인명 손실을 최소 39만 명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8%이었지만 이는 2022년 최악의 경제성장률(-29.1%)에 따른 기저 효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경제가 정상 수준을 회복하는 데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디스카운트’는 현실이다. 러시아 경제는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제재에도 최근 회복세를 보이지만 전시경제에 따른 일시적 낙수 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드론 및 무인기의 기하급수적 생산에 사활을 걸었다. 러시아 군산복합체는 개전 이후 드론 및 무인기를 17배 이상 증산했고 우크라이나는 올해 100만 대 이상의 자폭 드론을 생산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사회 저항과 경제 충격 등의 이유로 총동원을 발령할 수 없고 우크라이나는 총동원령을 내리고도 동원 자원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양측 모두에 무인 체계 도입은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국 사회는 인구절벽과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한국과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각각 0.7명과 1.8명이었다. 그만큼 남북 간 병력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무인기 등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병력 절감형 군 구조로 질서 있게 전환하는 것은 시대적 명령이다. 타격용 드론 및 무인기의 기하급수적 생산을 통해 전투 능력은 극대화하되 전시 인명 피해는 최소화하는 등 작전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 군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신뢰성이 검증된 러시아의 드론 및 대드론 체계가 북한에 대량으로 유입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는 육군과 해·공군 등 각 군이 일부 무기 체계 소요를 직접 결정해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는 개정 방위사업법을 공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무인기 체계의 신뢰성 등을 고려해 긴급한 전력 증강이 요구되는 분야에 대한 탄력적 획득제도를 정립해야 한다. 획득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와 정부의 혁신 노력이 ‘정예 선진 강군’ 육성의 초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