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 등 전국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19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나 의료 대란이 현실화됐다. 전공의 집단행동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의대 입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반발해 전체 전공의의 80%가 참여한 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빅5 병원 등 전국 주요 병원은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 여파로 수술이 연기됐고 진료에 차질을 빚은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이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뭐 하는 짓인가”라며 분노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부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 진료 유지 명령을 내리고 비상 진료 체계를 가동했다. 정부는 또 집단행동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2명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 처분에 관한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의료 대란에 대한 공포감은 고조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 과목 전공의들은 이날 사직서를 내고 오전부터 현장을 떠났다.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오후까지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빅5 병원만 1000명이 넘는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을 포함해 전국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를 합치면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전공의들의 집단 릴레이 사직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전공의 44명은 사직서를 내고 이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대전을지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도 이날 병원에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모아 제출했다. 부산대병원 소속 전공의 100여 명도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냈고 제주대병원은 16일부터 이날까지 파견의 18명을 포함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93명 중 53명이 사직서를 냈다.
전공의들은 20일 정오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본부에서 긴급 대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협은 다음 달 10일 전국적인 궐기대회를 개최해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며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겠다”며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