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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쓰던 식자재 유통 디지털화…“내년 누적 거래액 10조 돌파” [스케일업 리포트]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 인터뷰

식당운영 경험 살려 플랫폼 완성

거래규모 늘어나며 점유율 10%

AI 도입해 비용 절감 등 노력도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마켓보로




음식점을 상대하는 식자재 유통업체 사장님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상품 재고 관리다. 주문을 받기 전에 신선하고 좋은 품질의 재료를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확보해야 한다. 식당으로부터 하루에만 수십차례 걸려 오는 주문 전화를 일일이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아날로그 방식이 지배했던 식자재 유통 시장에 온라인 플랫폼을 들고 나와 시장을 혁신한 스타트업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마켓보로다.



식자재 발주·거래처 관리·결제 전 과정 디지털화


임사성(사진) 마켓보로 대표는 21일 경기 성남 판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국내 식자재 유통 업체 약 3만3000곳 중 10% 가량이 자사의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2028년까지 점유율을 50%까지 확대해 유통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마켓보로는 음식점에 각종 식자재를 공급하는 중소 유통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인 ‘마켓봄’을 운영한다. 마켓봄은 수·발주, 상품 관리, 거래처 관리, 결제 등 전 과정을 디지털화한 식자재 유통관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식자재 유통 업체와 외식업 자영업자를 연결해주는 기업간거래(B2B) 플랫폼인 셈이다. 연간 55조 원 규모의 B2B 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대기업의 점유율은 15% 수준에 불과한 만큼 전국 골목에 뻗어 있는 중소 유통 회사들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임 대표는 “기존에 수기, 전화 등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던 유통관리 방식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 서비스를 출시했다”면서 “수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주문, 오배송 문제와 외상 결제에 따른 미수금 문제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주문 익일 도착’ 식자재 오픈마켓도 운영


마켓봄 화면. 사진제공=마켓보로


마켓봄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자동화 시스템이다. 한번만 온라인 세팅을 해놓으면 여러 식당에서 들어오는 식자재 발주에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유통 회사가 식당으로부터 들어온 주문들을 처리하고 이를 도매상에 발주하는 복잡한 과정이 온라인 플랫폼 하나로 모여 해결된 셈이다. 임 대표는 “매장마다 사들이는 재료 종류나 양이 다르고 결제 방식도 제각각인데 마켓봄을 사용하면 이런 골칫거리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마켓보로는 마켓봄 고객을 기반으로 식자재 오픈마켓 사업에도 2019년 진출했다. 식자재 오픈마켓 서비스 ‘식봄’은 유통사들이 외식업자를 대상으로 자유롭게 식자재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다른 오픈마켓과는 달리 업소용 식자재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식봄에는 인근 거래처 추천 기능도 있어 음식점 사장님들이 편하게 식자재 구입이 가능하다. 임 대표는 “식봄에 입점한 유통 업체들은 대부분 직접 배송하기 때문에 식자재가 수도권 기준으로 주문 다음날 바로 도착한다”면서 “배송 시간을 둘러싼 갈등이 생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B2B 식자재 시장에 혁신을 몰고온 마켓보로는 거래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누적 거래액이 2021년 10월 1조 원을 넘어섰고 다음해 12월 3조 원, 지난해 말 6조 원을 달성했다. 임 대표는 10조 원 돌파 목표 시점으로 내년 상반기를 제시했다. 거래 증가세에 힘입어 매출액은 지난해 148억 원에서 올해 35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곳곳 발로 뛰며 도매 고객 찾아


임 대표가 식자재 시장에 주목한 것은 20여 년 전 식당을 직접 운영하면서다. 당시 식자재 관리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체감한 것이다. 그는 “1998년 서울 영등포에서 라면 전문점을 차려 산전수전을 다 겪었는데 십수년이 지난 후에도 식자재 거래 방식이 여전히 폐쇄적이었다”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보고 B2B용 플랫폼도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돌이켰다.

마켓보로 창업 초기에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일일이 전국 곳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2010년대만 해도 식자재를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관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일일이 각 지역의 도매상을 찾아다닌 끝에 서울 가락시장 도매상의 10% 이상이 마켓봄을 사용한다”면서 “이제는 권역별로 고객사를 담당하는 직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CJ프레시웨이와 손잡고 영업망 전국 확장


마켓보로는 CJ그룹과 함께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2022년 국내 최대 식자재 업체인 CJ프레시웨이는 403억 원에 달하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마켓보로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지난해에는 CJ프레시웨이 자회사 프레시원이 오픈마켓 식봄에 입점해 전국 직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켓보로의 정보통신(IT) 기술과 CJ프레시웨이의 상품, 물류, 제조 인프라가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임 대표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동반성장과 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제공=마켓보로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B2B 식자재 유통 시장 규모는 온라인 전환과 함께 2015년 37조 원에서 2025년 64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 대표는 “CJ프레시웨이와의 협력을 통해 마켓보로의 영업망도 수도권 중심에서 전국 단위로 크게 넓어졌다”면서 “CJ프레시웨이 자체 고객 주문 시스템을 식봄과 연계해 주문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고 물류센터에서 상품이 바로 출고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인공지능(AI) 도입에도 공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의 주재걸 교수 연구팀과 손잡고 B2B 유통 빅데이터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불필요한 유통 단계 단축과 함께 비용 절감을 체감할 수 있는 지능형 AI 견적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AI와 빅데이터 접목을 통해 적정한 수준의 식자재 재고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요즘 더욱 힘든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혁신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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