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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반발에 인생 건 남자…“20년 전 비거리 찾아줍니다”

■이형규 뱅골프 대표이사 인터뷰

“골프채 성능의 99%는 비거리

멀리 나가면서 안깨지는 게 핵심”

유명 브랜드들도 다 포기했지만

20년 연구끝에 독보적 기술 확보

“뱅쓰다 다른 건 못써…이건 중독”

스윙 분석실에서 포즈를 취한 이형규 뱅골프 대표이사.




“프로 골퍼도 시니어가 된 뒤 비거리가 줄면 살맛이 안 난다고 해요. 아마추어 골퍼는 오죽할까요. 제가 무슨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저희 클럽으로 골프의 맛을 되찾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뱅골프는 비거리가 짧아 고민인 골퍼에게는 구세주 같은 클럽이다. 실제로 뱅 드라이버 사용자들은 “20년 전 비거리를 되찾았다” “젊어진 것 같다” “남들이 부러워한다”며 기뻐한다. 뱅골프는 ‘상위 0.1%를 위한 브랜드’라는 광고 문구처럼 초고가 클럽이기도 하다. 최고급 모델로 풀세트를 갖추면 수천 만 원이 든다.

하지만 이형규 뱅골프 대표이사는 고반발 클럽 시장이 결코 쉬운 게 아니라고 말한다. “2000년대 초중반 많은 브랜드들이 고반발 채를 내놨다가 지금은 대부분 발을 뺐어요. 단지 헤드 반발력만 높인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과거 여러 클럽 제조업체들이 너도나도 페이스를 얇게 만들었다가 쉽게 깨지는 바람에 낭패를 본 일이 있다. 밀려드는 사후관리(A/S) 물량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뱅은 그러한 난관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덜 깨지게 하려면 공법도 중요하고, 고객 세분화 작업도 필요해요.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과학적 분석을 통한 최적화 클럽을 추천해 드리는 등 디테일에도 신경 써야죠. 우린 20년 동안 그 노하우를 쌓았기에 세계 최고의 고반발 클럽이자 가장 가벼운 클럽이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한 겁니다.”

뱅 하면 고반발 특화 클럽으로 유명하다. 줄곧 비거리라는 한 우물을 팠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골프 쪽에 몸을 담은 지 36년쯤 됐다. 처음에는 세일즈를 했다. 영업을 했던 사람의 제일 큰 강점이 뭔 줄 아십니까? 고객의 니즈를 바로바로 깊이 있게 캐치하는 겁니다. 내가 보니 골프채의 성능을 말할 때 99%는 비거리더라. 이거다 싶었다.”

타 브랜드에서도 반발력이 높은 클럽을 출시한다. 뱅 클럽의 차별점은 뭔가.

“일반적인 브랜드에서 말하는 고반발은 반발계수가 룰 기준치인 0.830에서 약간 상회한 걸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현재 반발계수가 최고 0.962인 클럽까지 만들고 있다. 반발계수 0.01이 늘면 비거리는 2야드 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지 반발계수 차이만으로도 25야드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반발계수가 룰 기준치를 넘어가면 ‘비공인’ 클럽이 된다.

“젊은 골퍼와 나이든 골퍼, 프로 골퍼와 아마추어 골퍼가 왜 같은 클럽을 써야 하나. 예를 들어 비거리가 100m밖에 나가지 않는 그랜드 시니어가 있다고 치자. 그 분에게 왜 두꺼운 페이스의 채를 줘야 하나. 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골프는 건강을 위해 재밌게 쳐야 한다.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프로도 아니고 건강을 위해 즐기는 골프에 공인, 비공인 딱지를 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인터뷰 중인 이형규 대표.


“골프에 공인, 비공인 딱지를 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골프는 재밌게 쳐야”



2000년대 초중반에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브랜드가 룰 기준치를 넘긴 고반발 클럽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포기했다. 이유는 뭐였다고 생각하나.

“가장 큰 원인은 헤드가 깨지는 문제 때문이었다. 페이스를 얇게 만들면 반발력을 높일 수 있지만 그만큼 깨질 확률도 커진다. 미국의 유명 브랜드는 밀려드는 A/S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두 손 들었다. 그 이후 그 회사는 고반발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일본의 유명 브랜드는 A/S를 하면서 고반발이 아닌 일반 헤드로 교체해줬다. 안 그러면 또 깨지니까. 대부분의 회사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반발 클럽 시장에서 철수했다.”

뱅은 어떻게 극복했나.

“우리는 처음부터 심도 있고 세밀한 대응을 기획했다. 해결책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공법이다. 덜 깨지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깔끔하고 완벽한 최첨단 기술의 공법이 중요하다. 둘째는 소재 선택의 차별화다. 셋째는 고객 세분화였다. 고객을 스윙 스피드에 따라 9단계로 나눈 거다. 스윙 스피드가 높을수록 두꺼운 페이스, 스윙 스피드가 느릴수록 얇은 페이스를 쓰도록 했다. 추가로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했다. ‘두께를 여러 단계 준비했으니 깨지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단계를 올리면 됩니다. 프로들이 사용하는 단계까지 세분화 되어 있고 그것도 타 클럽보다 더 고반발입니다. 구입 후 1년 2회까지 무상 A/S 해 드리니 그 사이에 적정 두께를 결정하시면 됩니다’라고 충분히 설명을 드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깨지더라도 비거리를 선택하는 골퍼들이 95% 이상 압도적으로 많았다.”

스윙 스피드 외에도 고려해야 할 변수는 더 많을 것 같은데.

“맞다. 최상의 클럽을 찾으려면 이전에 어떤 사양의 채로, 어떤 스윙을 하고 있었는지도 감안해야 한다. 비거리는 얼마나 되고 탄도는 어떠한지도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 분석하나.

“로프트 9도짜리 드라이버를 생각해 보자. 예전에는 9도면 프로용 채라고 했다. 그건 잘못된 개념이다. 9도는 그냥 로프트 9도를 의미할 뿐이다. 평상시 스윙 습관으로 탄도가 높으면 아마추어라도 9도를 사용해야 한다. 클럽의 무게나 길이에 의해서도 스윙은 달라진다. 그래서 분석이 중요한 거다. 우리가 그동안 쭉 데이터를 모아봤더니 골퍼들은 의외로 어택 앵글이 마이너스인 찍어 치는 스타일이 많았다. 여성이라도 그런 분들에게는 9도나 10도 로프트 클럽으로 맞춰드린다. 그러면 퍼포먼스가 훨씬 좋게 나온다.”

뱅골프의 스윙 분석실에는 수 많은 스펙의 채가 구비돼 있다.


“외국 유명 브랜드 고반발 시장서 철수했지만 우리는 세밀한 대응으로 극복”



비거리를 늘리려면 클럽의 반발력 못지않게 스윙 스피드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한데.

“골프채의 흐름을 보면 무게가 계속 가벼워지는 추세다. 헤드 소재가 가벼워지고 샤프트도 경량이면서 고품질로 발전하고 있다.”

드라이버의 경우 현재 얼마나 가벼운 제품을 내놓고 있나.



“시중의 일반적인 남성용 드라이버는 300g 안팎이다. 획기적으로 가볍다고 하는 제품이 250g 정도다. 그런데 우리는 205g까지 내놓고 있다. 관건은 클럽의 전체 무게를 줄이면서도 휘두를 때 느끼는 무게인 스윙 웨이트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헤드, 샤프트, 그립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

클럽의 최적화라면 이미 다른 브랜드들도 피팅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차별점이 뭔가.

“대부분 브랜드의 기성 제품은 헤드 무게가 한 종류에 로프트는 2~3종류, 샤프트 선택은 3~4가지 정도에 불과하다. 여성 클럽에 대한 선택의 폭은 훨씬 더 좁다. 우리는 프로 골퍼 클럽을 피팅하기 위해서 골프 대회장에 지원을 나가는 투어밴의 클럽 피팅보다 100배 이상 정교한 피팅을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제공한다고 자부한다.”

얼마나 정교하기에 그런가.

“헤드 무게만 보더라도 1g 단위로 120가지가 있다. 로프트와 페이스 두께는 각각 6가지다. 샤프트 강도는 36가지, 길이는 19가지, 그립 무게는 7가지다. 산술적으로는 2068만 4160가지의 조합이 나온다. 전 세계에서 뱅골프만 이렇게 정교한 최적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헤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샤프트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무게의 헤드를 여러 가지 브랜드별로 갖추고 있다고 해서 제대로 된 피팅을 할 수는 없다. 그냥 납으로 무게를 조정하는 건 피팅이 아니다. 헤드 설계의 균형을 파괴하는 거다.”

그러자면 부품 재고 부담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최적화된 고반발 클럽이 그래서 어렵다고 하는 거다. 그냥 헤드 페이스 반발력만 높이고 A/S 문제만 해결해서 될 일이 아니다.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길이, 최적의 무게, 최적의 강도를 통해 최적의 탄도와 거리를 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고가이면서 1원도 안 깎아주는 ‘노 세일’ 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터뷰 후 본사 1층 매장 안쪽에 있는 창고를 잠시 둘러봤다. 엄청난 종류의 헤드와 샤프트, 그립이 빼곡하게 보관돼 있었다. 이형규 대표는 “물류창고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부품이 있다”고 했다.

뱅골프는 최적의 클럽을 맞춤 제작해 주기 위해 수많은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은 본사 건물에 있는 부품 창고. 물류창고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부품이 있다.


사무실 한쪽에도 각종 헤드와 샤프트, 그립 등이 빼곡히 쌓여 있다.


“클럽 100개를 파는 것보다 신뢰 10개를 쌓는 게 더 중요”



매장을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스윙을 일일이 분석한 뒤 판매한다. 최적화 과정이 고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고, 판매자 입장에서도 대량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니 손해일 수도 있다.

“비록 과정은 느려도 과학적 분석을 거쳐야 한다. 20년 전 국내 유명 시니어 프로 골퍼에 대한 스윙 분석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세련된 스윙이 아니었던 시절이었다. 현역 때 우승도 한 프로인데 어택 앵글이 마이너스 각도가 나오더라. 그 직후 플러스 각도로 수정을 했더니 거리가 30야드는 증가했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스윙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고객에게 맞는 사양의 클럽을 추천해줘야 한다. 단순히 클럽만 판매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하루에 신뢰 10개를 쌓는 게 클럽 100개를 파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다.”

비거리를 늘리려면 제대로 된 스윙이 먼저인가, 장비가 중요한가.

“클럽을 개발하는 업체로서 비거리는 스윙이 50%, 클럽이 50%라고 생각한다. 클럽이 최적화돼야 스윙도 올바르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스윙이 올바르지 않으면 장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공인, 비공인이라는 틀 안에서 만든 클럽은 최적화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반발 기술이나 경량화가 접목되면 큰 효과를 발휘한다. 샷이 정확해지고 클럽이 최대의 성능을 발휘하면 비거리는 최대 40~50야드 늘 수 있는 거다.”

처음부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진 못했을 것 같다.

“2000년대 중반 고반발 클럽을 시작한 뒤 초기 6~7년 동안은 이전에 번 돈을 몽땅 까먹었다. 빚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딱 그 시점에 고객의 호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진심이 통한 거였다. 이후 품질과 시스템도 계속 업그레이드 했다. 지금은 뱅골프 클럽이 독보적인 세계 최고 고반발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실질적인 고반발 클럽은 뱅골프가 유일하다.”



“한 번 뱅 쓰면 다른 채 못 쓴다는 소리 들을 때 기쁘고 보람”



골프클럽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을 것 같다.

“2003년쯤 펀조이 웨지라는 걸 내놓은 적이 있다. 벙커 샷 전용 웨지로 헤드가 갈퀴 모양으로 생겼다. 모래 저항이 적어 벙커 탈출에 특화된 클럽이다. 그때 해당 특허를 사서 제품을 만든 거였다. 그걸 계기로 골프 관련 특허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별의별 특허가 다 있더라. 모든 특허가 히트 상품으로 연결되지는 못하지만 그것들을 보면서 ‘아, 골프채에는 이런 아이디어가 있구나’라고 느끼고 채에 대해 파고들었다.”

골프클럽은 한국에서 통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한다는 얘기가 있다.

“연습장에서 미국 사람이 10개 칠 때 일본 사람은 100개 치고, 한국 사람은 1000개 친다는 농담이 있다. 한국 사람의 골프에 대한 진심을 나타내는 말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골프 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클럽도 가장 자주 바꾼다. 6개월 만에 바꾸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근데 그런 고객일수록 엄청나게 까다롭다. 이렇게 까다로운 한국 골퍼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클럽이 바로 뱅골프 클럽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때 보람을 느끼나.

“사실 사업하는 사람에게 보람은 사업이 잘 되는 거다. 어느 날은 어떤 고객이 내기를 해서 돈을 엄청 잃었다고 하더라. 그린 넘어 언덕에 볼이 박히고, 다음 홀에서는 그린 뒤편 낭떠러지로 볼이 넘어가서 OB로 인해 2타를 까먹었다고 하는데 표정은 웃고 있더라. 어떤 분들은 ‘뱅을 쓰다가 절대 딴 거 못 쓴다, 이건 중독이다’라고 한다. 뱅클럽을 쓰다가 다른 클럽 쓰면 거리도 거리지만 타구음이나 손맛이 달라서 못쓰겠다고도 한다. 한 번 뱅골프의 고객이 되면 영원히 벗어나지를 못한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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