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대여섯 살 돼 보이는 아이가 얇은 옷만 입은 채 울고 있어요. 옆에 엄마로 보이는 한 여자가 있는데 휴대전화만 보고 아무런 조치도 않고 있어요.”
도봉구는 지난해 12월 한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했다. 도봉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이 달려간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경찰과 대치한 채 소란을 피우고 있었고 아이는 추위에 떨며 울고 있었다. 체감 온도 영하 10도를 밑돌던 날이었다.
아이를 모친과 분리하는 게 급선무였다. 도봉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은 아이의 부친에게 연락해 아이를 일시보호시설로 옮겼다.
조사 결과 아이의 모친은 아동 학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일로 거주지 인근 경찰서의 관리 대상 인물이었다. 아이의 부친은 야간에 일을 하고 있어 아동을 보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도봉구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모친과 아이를 당분간 완전히 분리하기로 했다. 아이는 현재 아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이의 모친은 정신건강 시설로 옮겨져 입원 치료 중이다.
학대 가정으로부터 아이를 구조한 데는 도봉구가 구축한 협력 네트워크의 역할이 컸다. 구는 2021년 지역 내 경찰서·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아동학대대응정보연계협의체를 구성했다. 매년 정기회의와 워크숍 등을 통해 ‘학대 피해’ 아동과 ‘학대 위기’ 아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맞춤형 보호 지원 대책을 수립‧추진한다.
도봉구는 올해부터 아동학대 조기 개입 사업 ‘세상을 구하는 아이’를 추진한다. 유관기관과 함께 잠재적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고위험 가정에 선제적으로 개입할 예정이다. 고위험 가정의 아동과 보호자에게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심리검사, 상담, 치료,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는 서울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아동학대 예방 교육도 진행한다. 아동학대 예방에 관심 있는 단체에서 교육을 신청하면 직접 신청기관으로 찾아가 아동학대 실사례, 아동학대 신고 방법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구는 아동학대 예방 단계부터 사후 사례관리까지 지역 내 아동보호를 위한 사업 추진에 만전을 다하겠다”며, “앞으로도 아동의 안전과 행복이 우선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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