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대규모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처하기 위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다. 비상 의료 체계 가동을 위해 6일 1300억 원에 달하는 예비비를 편성한 데 이어 이달부터 매월 1800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투입해 응급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를 대폭 인상하는 등 현장을 지키는 의료인들이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비상 진료 체계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매월 1882억 원 규모의 건보 재정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중심 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중증 환자를 적극 진료한 기관에 사후 보상을 추진하고 경증 환자 회송에 대한 보상 역시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전공의 대신 응급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교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전문의의 중환자 진료 시 보상도 강화된다.
응급 환자의 신속한 전원 등 응급의료 체계 유지를 위한 보상 또한 늘어난다. 중증 환자가 신속하게 배정될 수 있도록 보상을 신설하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실에서 시행하는 의료 행위 등에 대한 가산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지원 방안은 의료기관 안내를 거쳐 이달 11일부터 시행된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일단 1882억 원을 다음 주부터 한 달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며 “이후에도 현재 상황이 이어지면 같은 규모로 매달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개혁의 핵심 과제인 필수의료에 대한 공정한 보상 역시 차질 없이 추진한다. 정부는 산모와 신생아, 중증 질환 등의 분야에 1200억 원 규모의 건보 재정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중증 소아와 분만, 중증 응급 분야 등에 1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의 진료에 대해서는 공공 정책 수가를 신설·적용해 집중 지원한다. 무너져가는 소아외과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소아외과 계열의 수술과 마취에 대한 소아 가산을 대폭 인상한다. 난도가 높고 응급 시술이 빈번한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응급 시술 범위를 확대하고 인정 기준을 높여 중증 심장 질환 담당 의료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이 국장은 “이미 1500g 미만 소아와 1세 미만 소아에 대해 이전보다 300%, 200% 가산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2배 이상 대폭 늘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건보 재정 추가 투입뿐 아니라 전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예비비도 신속하게 집행할 계획이다. 예비비는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체 인력 보강에 필요한 인건비에 주로 활용될 예정이다. 우선 정부는 예비비의 절반에 가까운 580억 원을 상급종합병원 등의 교수·전임의 당직 근무와 비상 진료 인력의 인건비로 쓸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립중앙의료원, 지방 의료원 등 지역 내 공공의료기관 의료진의 평일 연장 진료, 주말·휴일 진료를 위해 393억 원을 배정했다. 또 인력난에 시달리는 의료기관에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파견하는 데 59억 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공공의료기관 인력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전 제1통제관은 “정부는 현장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비상 진료 체계를 빈틈없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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