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며 대야(對野)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사천(私薦)’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을 노린다는 계산이다. 한 위원장은 충청에 이어 수도권 격전지도 잇따라 찾아 표밭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野 공격수위 높이는 한동훈
한 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의 ‘권향엽 공천 논란’을 겨냥해 “이 대표는 과거에도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직자들을 ‘몸종’처럼 부렸다”며 “그건 비서가 아니라 부정부패 범죄이자 인간 학대”라고 직격했다. 앞서 민주당은 텃밭인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를 보좌했던 권 예비 후보를 전략공천했다가 철회하고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의 과거 음주운전 경력을 언급하며 민주당 후보들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에는 혹시 음주운전 가산점 같은 게 있느냐”며 음주운전 이력에도 공천을 결정한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경찰로 이관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되돌려놓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의 민주당 숙주 정당화 작업 속도대로라면 종북적 성향의 사람들이 국회로 입성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총선에서 승리해 반드시 국정원 대공 수사 기능을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군소 정당과 비례 연합을 구축하는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 후보를 당선권에 배치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총선 연대를 두고 “단순한 선거 연대를 넘어선 방탄 동맹”이라며 “한 사람에 대한 방탄만으로도 21대 국회가 몸살을 앓았는데 이들 동맹이 성공하면 22대 국회는 4년 내내 방탄 국회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총선 승부처인 경기 수원을 찾아 거리 유세를 이어가며 표심 몰이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 의회 권력이 수원에 해준 게 뭐가 있느냐”며 “국민의힘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끼지 않고 수원 같은 지역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5석을 모두 휩쓴 수원 탈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양평군을 찾아 ‘비명횡사’ 파동에 빛이 바랜 ‘정권 심판론’ 띄우기에 나섰다. 이 대표의 선명성을 부각하고 느슨해진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양평을 시작으로 천안(채 상병 수사 외압), 대전(연구개발 예산 감축) 등을 ‘정권 심판 벨트’로 꼽고 직접 현장을 찾아 대여 공세 선봉장으로 나설 방침이다.
與 약점 공략하는 이재명
이 대표는 이날 양평군청 앞에 마련된 ‘서울~양평고속도로 국정 농단 진상 규명 촉구’ 농성장을 찾아 민주당의 여주·양평 후보인 최재관 전 지역위원장 지지 호소 연설을 했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국정 농단이라고 하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건”이라며 “권력을 권력 주체인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서 함부로 행사하는 이런 집단들은 국민의 대리인을 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새로 건설될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이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강상면으로 바뀐 점을 거론하며 김 여사 특혜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 대표는 김 여사뿐 아니라 특혜 의혹과 관련한 여권 인사를 모두 거론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김선교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며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공천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김 여사 특혜 의혹과는 상관없지만 돈봉투 수수 논란에 휩싸인 정우택 의원을 거론하며 “돈봉투를 받는 영상까지 있는데 돌려줬다고 주장하며 공천을 받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양평을 기점으로 이른바 ‘윤석열 정권 심판 벨트’ 지역구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다음 주에는 충남 천안갑을 찾아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의혹을 부각할 예정이다. 이곳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곳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채 상병 사건을 집중 공격했다. 그는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으로 출국 금지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출국 금지된 이 전 장관을 대사로 내보내는 것은 대통령 본인이 이번 해병대 장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의 몸통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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