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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농어촌의 품격을 높이자

조해근 우정사업본부장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면적의 40%가량에 불과한 나라지만 세계적으로 농산물을 많이 수출하는 상위 국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네덜란드의 농축산업은 무역흑자의 79%,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의 각각 10%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네덜란드의 농업 기술은 왜 발달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농업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싶다. 네덜란드 국민은 농촌과 도시의 연계와 협력에 관심이 많고 농업을 매우 중요시한다. 이 때문에 ‘농민 부자’가 많고 이들의 자부심은 누구보다 높다. 네덜란드 정부 역시 기술 개발 및 자금 지원, 농업 경영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인구가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GDP에서 2022년 기준 세계 18위의 경제 강국이 된 것은 이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많은 농어민은 생업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우리 농민 9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59.8%는 향후 5년간 농업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이는 농업인의 소득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경영 비용과 빚이 계속 늘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농어촌뿐 아니라 소상공인·전통시장 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시장을 독식한 대기업 및 대형 프랜차이즈와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도시는 더욱 팽창하고 지방은 점점 더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 경제의 근간인 이들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등을 감안하면 심히 우려된다.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농어업과 소상공업이 흔들리면 우리나라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 기업인 우정사업본부가 농어민과 소상공인·전통시장 활성화에 두 팔을 걷고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체국쇼핑은 농어민 판로 확대와 마케팅 방법 지원 등 경영 안정화를 돕고 있다. 1986년 고작 8개 상품으로 우편 주문 판매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지역 특산물과 전통시장 상품 등 14만여 개에 달하는 상품을 판매해 농어민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천김’은 1997년 우체국쇼핑에 입점한 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까지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2001년 대만 수출을 계기로 현재는 해외 10개국 이상에 생산품을 수출하고 있다. 우체국쇼핑은 판로 개척뿐 아니라 농어민과 소상공인 등 생산자의 홍보 활동도 돕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수한 상품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지 직송 서비스로 3400여 개의 전국 우체국 네트워크를 통해 농어촌과 도시를 직접 연결해 ‘안심 먹거리’를 제공한다.

이런 노력에도 농어민과 소상공인의 경제적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쉽다. 이제는 더욱더 전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 문제인 지역 불균형도 자연스럽게 해결해야 한다. 풀뿌리 경제가 성장해야 국가 전 분야에 활력이 돌고 튼튼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전 세계가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를 체감하는 상황에서 자원 부족이라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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