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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 조짐…“마지노선 14일” 거론되는 이유?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 11일 오후 긴급총회

일부 의대 14일 수업거부 관련 '집단 유급' 기로

전의교협도 14일 회의 열듯…전국 의대 움직임 확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해 부산대병원·부산대 교수진과 의대생 등 70여명이 11일 오전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교수진은 정부, 국민을 상대로 호소문을 내는 한편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차정인 총장에 대해서는 사퇴 촉구서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대거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을 대신해 현장을 지키던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 의대에서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조치가 14일을 기점으로 정해지는 점을 고려해 의대 교수들이 대응 기조를 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이번 주가 이번 의대 증원 사태의 또다른 분수령이 될 수 전망이다.

11일 의료계와 교육계 등에 따르면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교수들이 참여하는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각 병원에서 비공개 총회를 갖는다.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지 되도록 복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의 협상마저 기약이 없자 관련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병원은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하자 전국 의대 중 가장 먼저 비대위를 꾸렸다. 당초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되고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과 비공개 회동을 갖는 등 출구 전략을 모색했지만, 정부에 제안한 협의체 구성이 불발되고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한 후 병원을 떠나자 정 교수가 자진 사퇴하며 1기 비대위 활동이 일단락됐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되고 첫 공식 회동이 성사되는 자리인 만큼, 교수들의 집단행동을 포함한 장기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은 84.6%가 전공의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응답했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의대 교수들이 병원 진료를 그만두고 학생 교육만 담당하는 소위 '겸직해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고려대의대 교수들은 이날 아침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전공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는 뜻으로 피켓시위에 나섰다. 고려대의대 교수의회 구로지부는 이날 오전 8시 30분께 고대구로병원 1층 로비에서 13명의 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 전공의 욕하지 말아 달라", "우리 교수들은 정부가 원점에서 의료계와 대화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1시간 30분가량 호소했다. 연세의대 소속인 한정우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과의 교수가 1인 피켓시위를 진행한 사례는 있지만 서울 소재 의대 교수들이 이번 의대 증원과 관련해 집단으로 피켓 시위에 나서며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다. 고려대의대는안암, 안산 등 다른 병원 지부 교수들도 집단행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집단사직이 3주째 접어든 가운데 11일 오전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세브란스병원 등 수련병원 3곳을 두고 있는 연세의대는 교수협 비대위 차원에서 지난 주말 의대 증원 관련 대응방침에 관한 투표를 진행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정리된 입장을 공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서울병원 진료교수들이 포함된 성균관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오는 12일 오후 전체 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 관련 대응 기조를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등 산하 8개 병원을 두고 있는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번 주 중 회의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 등을 폭넓게 논의한다. 전공의 행정처분 등에 대해 교수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향후 어떤 의견을 개진할지 등이 주된 안건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연대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40개 대학이 교육부에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3401명 늘려달라고 신청했다는 수요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의대 교수들의 이탈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아주대병원 교수 등이 개별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혔고 서울아산병원 진료교수들이 포함된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긴급 총회에서 전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식화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에는 서울아산병원 외에도 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임상교수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전 교원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접수 방안과 일정 등을 논의 중이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가 지난 5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울산의대 교수의 79%가 겸직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다.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임상교수 중에서도 74%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마지노선이 14일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의대의 경우 한 학기 수강 과목 중 하나만 'F' 학점을 받아도 유급이 확정된다. 교육부 방침으로 휴학이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지속하면 수업일수 부족 등으로 '집단 유급'에 처할 수 있다. 일부 의대의 경우 오는 14일을 기점으로 유급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이어서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복귀 또는 복학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그 때까지 교수들의 집단행동 향방을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 한림대의대의 경우 올해 1월 개강을 한 본과 1학년 학생 80여 명에게 2월 20일 기준 수업일수 미달로 F 유급처리가 된다는 문자메시지가 일괄 전송되면서 한 차례 소동이 일었다. 한림대 측은 의학과 1학년생들에게 유급 통보 문자가 전송된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대학본부 차원에서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국 40개 의대 중 수업 거부에 들어간 의대가 10곳에 달해 혼란이 심하다. 유급이 되면 의대생들은 시간적인 손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손실을 본다. 휴학과 달리 유급은 등록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머지 30곳도 학생들의 동맥휴학 등으로 인해 아예 개강을 늦추면서 사실상 의대 교육이 올스톱됐다.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11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 현장의 상황 청취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뇌혈관전문 명지성모병원에 도착해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태의 해결을 위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9일 비공개 총회를 열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의교협은 오는 14일에도 회의를 열어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은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전자설문 방식으로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정부는 의료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열어 놓고 전공의를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하라"며 "모든 의사 구성원이 단합해 현재의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명에 동참한 인원은 수련병원 교수·전문의와 의원·병원 소속 의료진을 통틀어 6500명에 육박한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5일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피고로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의대 증원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도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복지부 장관에게 고등교육법상 대학교 입학 정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으므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결정이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 대한 보호와 의대 증원을 원점부터 다시 재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면 점검을 통해 확인한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1만1994명, 이탈률은 92.9%였다. 복지부는 행정처분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복귀한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선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료계가 요구하는 '조건 없는 대화'에 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남은 교수들의 상당수가 인턴, 레지던트를 대신해 밤을 새워가며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반발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병원을 비우진 않겠다고 발언하는 이들이 많다"면서도 "전공의들이 이탈한지 한달 가까이 되면서 남은 인력들의 번아웃이 심하다. 환자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진료와 수술을 대거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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