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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 가득 증오에 찬 두 여인, 뜨거운 우정으로 끝나기까지

■마리 앙투아네트 그랜드 파이널

옥주현·김소향 연기대결 돋보여

증오-교감-이해 3단감정 주목

단두대 처형장면 연출은 '압도적'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가 불편한 첫 만남을 갖고 있다. /사진 제공=EMK컴퍼니




‘증오 가득한 눈 똑바로 봐 / 네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냐 / 보이지 않는 진실 / 보일 수 없는 진실’ (뮤지컬 넘버 ‘증오 가득한 눈’)

초연 10년째를 맞아 그랜드 파이널 무대로 돌아온 EMK컴퍼니의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일화에 가려진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새롭게 탐구한다.

프랑스 혁명으로 베르사유 궁전에서 내쫓긴 채 파리 튈르리 궁의 좁은 공간에 갇혀 생활하는 마리 앙투아네트.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앙투아네트와 한 공간에서 시녀로 생활하며 첩자 역할을 하는 마그리드 아르노. 악연으로 얽힌 이들이 한 공간에서 마주하는 매 순간은 고통에 가깝다. 마그리드가 앙투아네트의 신경을 계속 거슬리게 하자 참았던 분노와 증오가 폭발한다. 앙투아네트 역의 김소향 배우와 마그리드 역의 옥주현 배우가 ‘증오 가득한 눈’을 부를 때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긴장감이 응축된다. 불통의 대화가 오가듯 각자 띄엄 띄엄 노래하던 두 배우가 서로에게 증오를 뿜어내는 순간 관객들은 오페라 글래스를 치켜 들었다. 눈동자까지 연기하는 두 배우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날카롭게 대립하던 이들이 교감하는 순간도 인상적이다. 앙투아네트 왕비가 왕자 루이 샤를르를 재우기 위해 자장가를 부른다. ‘슬픔도 이제 바이바이’라는 구절에서 마그리드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따라 읊조린다.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자장가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교감한다. 마그리드는 왕비의 우군인 악셀 페르젠 백작에게 자신이 마리를 돕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왕비와 내가 같은 노래를 알고 있으니까요.”



/사진 제공=EMK컴퍼니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한 장면. /사진 제공=EMK컴퍼니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지만 이야기는 예정된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남편인 루이16세가 처형당하자 하룻밤 사이 머리가 하얗게 샌 왕비는 국민공회가 주관하는 법정으로 향한다. 하얀 머리에 하얗게 질린 얼굴. 턱까지 덜덜 떨며 턱 밑까지 눈물과 침방울이 한데 뭉친 와중에도 이를 닦아낼 여유도 없다. 덜덜 떨고 있는 김소향 배우의 모습 너머 앙투아네트의 그날을 상상한 관객들의 몸도 떨렸다. 방청석 맨 앞줄에 앉아있던 마그리드는 더 이상 어느 쪽에서도 설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왕비에게 아들 샤를을 겁탈했다는 근친상간죄까지 더해지자 마그리드가 말도 안된다고 대신 항변을 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 와중에도 앙투아네트는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를 붙잡고 노래한다. ‘복수로 삶을 버리지 마/ 앞을 봐 당당하게/ 울지마 엄마를 위해’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한 장면. /사진 제공=EMK컴퍼니


단두대 앞에 이른 왕비가 넘어지고 일어나지 못하자 이를 일으켜주는 것은 마그리드다. 고맙다고 말하는 왕비에게 마그리드는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한다.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한 채 왕비는 단두대로 걸어간다. 클라이맥스 무대 연출도 압도적이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처형은 끝난다. 이해준 배우가 분한 페르난 백작과 앙투아네트의 사랑이 간간이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극장을 나서면서 기억 남는 건 두 여성의 증오만큼이나 강렬했던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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