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집합건물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올해 들어 벌써 1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으로, 주로 서울 강서·노원구와 경기 수원·화성시에 경매 물건이 집중됐다. 과거 집값 폭등기 당시 ‘영끌족’이 몰렸던 곳인 만큼 고금리에 대출금을 갚지 못한 여파로 풀이된다.
1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2월 아파트와 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9540건으로 전년 동기(5289건) 대비 약 8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은행 등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전세금반환소송 등에 따라 집행되는 강제경매와는 차이가 있다. 연간 집합건물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2010년 5만 6347건에서 2021년 2만 2984건까지 줄어든 후 지난해 3만 9059건으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하면 올해 집합건물 임의 경매 건수가 6만 건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에서는 지난 1~2월 997건의 임의경매 신청이 접수됐다. 그중 강서구가 전년 대비 4배가량 늘어난 123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노원구는 22건에서 71건, 동대문구는 10건에서 55건으로 증가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집값 상승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영끌족’들이 2년 넘게 지속된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 여파로 보고 있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20년 서울의 전체 갭투자 계약 건수 총 8만 건 중 노원구가 차지한 비중은 11%로 가장 컸다. 이어 강서(7%), 구로·도봉(6%) 등의 순이다. A씨는 2020년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전용면적 55㎡를 3억 5800만 원에 매수하면서 2억 3500만 원의 대출을 받았지만, 결국 빚을 갚지 못해 경매 시장에 나오게 됐다. 채권자는 주택금융공사다. 채권자가 2금융권(저축은행·캐피탈·대부업체)인 경매 물건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아파트 거래가 끊기며 매매 시장에서 소화가 안되는 것도 경매로 넘어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도 2020년 20~30대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던 수원시 권선구(233건)와 화성시(200건), 평택시(146건) 등을 중심으로 임의 경매 물건이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수원시 권선구와 화성시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각각 19.2%, 14.7%로 수도권 평균(8.49%)보다 2배가량 높았다. 반면 1기 신도시인 성남시 분당구와 안양시 동안구(평촌)의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각각 전년 대비 약 60%, 12%가량 감소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등에 따라 재건축이 가시화되면서 그나마 매매 거래량이 유지된 여파로 풀이된다. 성남시와 고양시의 지난 1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월 대비 약 57% 증가해 경기 평균 증가율(37%)을 웃돌았다.
경매 물건이 늘고 있지만 낙찰률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34.9%로 전월 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경기도 같은 기간 50.8%에서 40.4%까지 낮아졌다.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매매와 마찬가지로 응찰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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