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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엇갈렸는데…'美 입양아, 40년 만에 유전자 검사로 잃어버린 엄마 찾았다

1984년 엄마 찾으러 갔다가 길 잃고 1985년 미국 입양

2001년·2012년 입국해 헤어진 가족 찾았지만 실패

당시 남겨뒀던 유전자와 2021년 엄마 유전자 비교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로 모자 상봉

5살 때 실종돼 미국 입양된 박동수(45)씨가 40년만인 18일 어머니 이애연(81)씨, 형 박진수(59)씨 등과 화상으로 상봉했다. 사진제공=재외동포청




박동수(45)씨는 생활고 때문에 한 살 때인 1980년 어머니와 떨어져 형 누나 3명과 함께 경남 김해의 큰 집에 맡겨졌다. 남매들은 1984년 어머니를 찾겠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됐고 박 씨는 보호시설과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를 거쳐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시간이 흘러 2001년 미국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박 씨는 한국으로 돌아가 헤어진 가족을 찾았지만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는 2012년 한국에 재입국해 계명대학교 어학당을 다니던 중, 유전자검사를 통한 가족 찾기에 희망을 품고 담당 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를 채취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채 2016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반전은 지금부터다. 사실 박 씨의 친형 박진수씨도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2021년 10월경 ‘실종된 두 남매를 찾고 싶다’라고 실종신고를 하는 동시에 어머니의 유전자를 채취했다. 2022년 8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박동수 씨와 어머니가 친자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감정을 내렸다. 박동수씨가 그렇게 찾던 어머니를 찾은 셈이다.

하지만 박동수씨의 소재가 문제였다. 미국에 거주하는데다 2012년 계명대 어학당 재학 시 사용했던 전자메일 주소 외에 남은 연락처가 없어 소재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제주경찰청은 미제수사팀으로 사건을 이관해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출입국외국인청의 협조와 누리 소통망을 활용한 조사로 박동수 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경찰청을 통해 주 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협조해 최종 소재지를 파악, 마침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감정 결과에 따라 지난 2월 이 씨의 친자임을 최종 확인했다.

이들은 18일 40년만에 재회했다. 상봉은 당장 입국이 어려운 박동수 씨가 화상으로라도 먼저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현재 어머니가 입소중인 요양 시설에서 화상으로 진행됐다.



재외동포청과 경찰청·아동권리보장원은 이날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시행 중인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를 통해 박씨 가족이 상봉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2020년부터 시행해 온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로 해외입양인과 한국의 가족이 상봉한 다섯번째 사례다.

극적인 만남 이후 박동수 씨는 “지금도 한국의 유전자 검사제도를 모르는 해외입양인들이 많다”며 “나의 사례를 널리 알려 유전자 검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친형 박진수 씨도 “‘하루빨리 동생을 찾을 수 있게 해달라’며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 검사 제도 덕분에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며 “아직 찾지 못한 여동생(박진미·47)도 찾을 수 있도록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실종아동 등 발견을 위한 유전자 분석사업은 2004년부터 보호시설 등의 무연고 아동과 실종아동등 가족 유전자 채취, 데이터베이스 분석하여 장기 실종아동등 발견에 활용하는 제도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4만 1650건의 유전자를 채취해 928명을 발견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이 사업을 무연고 해외 입양인까지 확대해 재외공관에서 해외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296건 채취해 5명을 발견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경찰청, 재외공관과 더욱 협력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어하는 모든 해외 입양동포가 가족 찾기를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고, 한국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유전자 분석 제도는 첨단 유전기술을 통해 장기실종아동 등을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로, 이번 사례가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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