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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재정 여력 더 확충해야 할 이유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1월 국세진도율 평균보다 1%P 낮아

이대로면 세수 결손 폭 확대 불가피

고령화·저출생 관련 예산 폭증 눈앞

재정준칙 법제화로 위기 대비 시급





새해 들어 1분기가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데도 전례 없이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우리 경제는 나아질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섰고 올해는 기업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4월 총선이 지나고 나면 중소기업 연체율이 증가하고 민간소비 증가세는 둔화하여 체감경기가 좋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부실은 신용 경색으로 이어져 실물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 1월 국세 수입은 45조 9000억 원으로 국세 진도율이 12.5%에 불과하다. 지난해 1월의 10.7%보다는 높지만 2016~2022년 평균(13.5%)보다는 1.0%포인트 낮다. 법인세수 부진이 지난해 세수 결손의 가장 큰 요인이었는데 3월의 법인세 예납 실적을 살펴보면 앞으로 국세 진도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목표인 3.9% 안에서 재정 운용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세수 결손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 결손의 폭도 더욱 넓어져 재정 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타성에 젖은 대로 국채 발행을 통해 손쉽게 때우고 싶겠지만 지난해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기금을 허물어 어렵게 세수 펑크를 메운 것처럼 올해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벌써 우려된다.



여기서 걱정되는 것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훼손된 재정 건전성이다. 정부도 그 심각성을 깨달아 재정준칙을 확립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에서 운용하도록 재정 건전성 회복을 국정의 선순위로 정하고 있다. 이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고 다음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반드시 추진돼야 하는데 재작년에 발의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 건전성을 확립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특수한 여건에 비춰 앞으로 재정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문제인데, 고령화와 관련해 막대한 규모의 청구서가 조만간 날아들 예정이다. 지난해 157조 원 규모였던 복지 분야 의무지출의 경우 2032년에는 294조 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4분기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인 0.65명을 기록한 인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응에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인구 위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재정 건전성 악화를 방치한다면 다음 세대의 부담을 더욱 무겁게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따름이다.

재정 건전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가 어려워지고 위기가 찾아왔을 때 대응하기 위함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는 당시 재정의 적극적 역할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때 재정의 역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사실 현재 한국 경제가 당면한 현안은 상당히 안 좋아지고 있는데 우선 과다한 가계부채와 자영업자의 위기가 우려된다. 가계부채의 규모나 GDP 대비 비중 증가 속도도 문제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급속하게 늘어나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또한 미중 간의 갈등 지속으로 인한 지정학적인 긴장이나 중국 경제의 침체 등 해외 요인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만만찮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2분기를 지나면서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거나 위기가 소리 없이 찾아올지 모른다. 사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재정은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해왔고 앞으로도 그 자리에 굳건히 버텨주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재정 건전성을 아무리 외쳐도 지나치지 않고 재정 여력 확충에 더욱 힘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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