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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다시보기] 불안한 여인의 초상

신상철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흰 담비를 안은 여인’은 서구 르네상스 미술을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다. 1490년께 제작된 이 그림은 매우 독특한 구성을 지닌 초상화다. 그림 속 주인공은 화면 한쪽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반신이 향한 곳과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이 왠지 불안해보인다. 게다가 그는 애완동물로는 적합해보이지 않는 흰 담비를 안고 있는데 이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유사한 손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사건이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해주는 구도다.

이 그림 속 주인공은 체칠리아 갈레라니다. 젊고 아름다웠던 그는 밀라노 공국의 수장 루도비코 스포르차 공작과 연인 사이였다. 하지만 1491년 스포르차 공작이 명문 귀족 가문 출신의 여성과 결혼하며 버림받은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레오나르도는 밀라노 공국에서 궁정화가로 일했던 시기 이 작품을 제작했다. 다른 여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옛 애인의 초상화를 주문한 스포르차의 심정은 무엇이었을까. 그림이 완성된 후 갈레라니가 작품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기록으로 봐 일종의 이별 선물이 아니었을까 추정해본다.



레오나르도의 초상화 중에서 모나리자 못지않게 자주 언급되는 이 작품의 특이점은 흰 담비의 존재다. 그림 속 담비는 그의 연인 스포르차로 해석되기도 하고 그의 또 다른 자아를 상징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그의 가족명에 담비라는 의미가 어원적으로 내포돼 있어 최근에는 주인공의 내면을 대변하는 상징물로 이해되고 있다. 구부러진 손끝으로 담비를 살짝 감싸고 있는 그의 자세에서 긴장감이 엿보인다. 권력자의 숨겨진 연인으로 살았던 이 여성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흰 담비의 손짓으로 다시 한 번 강조되는 구조다. 짙은 어둠을 배경으로 한 독특한 음영 처리가 화면에 극적 효과를 가중시키고 있는 이 초상화는 레오나르도의 탁월한 초상화 기법을 보여주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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