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결정한 지난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 당시 ‘당분간은 빠른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완화 기조가 이어져 금리 차이를 노린 엔화 매도·달러 매수, 이로 인한 엔화 가치 하락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27일 엔달러 환율이 장중 151.97엔까지 치솟으며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언제 통화 당국의 시장개입이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내린 151.20~151.50대에서 움직였다. 전날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을 찍은 뒤 재무성·금융청·일본은행이 전격적으로 3자 회동을 갖자 통화 당국의 환율 시장 개입 경계감이 고조되며 엔화 매도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22년 10월 21일 엔달러 환율이 151.94엔을 찍자 심야에 환율 개입을 단행했고, 환율은 144엔대까지 떨어지며 엔고로 전환했다.
27일 나온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의 발언도 개입 임박설에 무게를 실었다. 스즈키 재무상은 “지나친 환율 변동에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단호하게 조치한다”고 말했는데, 시장에서는 그가 쉽게 내뱉지 않는 ‘단호한’이라는 표현을 쓴 데다 2022년 환율 개입 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날 재무상의 강경 발언과 3자 긴급 회동으로 ‘투기적 엔화 매도’ 분위기는 잠시 주춤했지만, 엔화 약세를 부추길 재료들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는 가운데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 경우 미일 금리 차가 줄지 않으면서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게 된다. 오가와마키 소니파이낸셜그룹 금융시장조사부장은 2022년 개입 단행 전 재무성 관계자들의 발언과 최근 발언들을 비교하며 “당국으로서의 최대 경계감을 드러냈다고 본다”며 “여기서부터는 언제 시장 개입이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달러당 152엔 수준에서 시장 개입을 단행하면 ‘당국의 절대 사수 선’으로 각인돼 향후 시장 관리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달러당 155엔을 개입 선으로 잡을 수도 있다고 봤다.
이날 환율 시장 개입 가능성에 회계연도 말을 맞은 연기금의 보유 종목 정리(매도)가 더해지면서 닛케이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 내린 4만168.07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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