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도 그렇지만 시술을 받으러 꼬박꼬박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잖아요. 엑소좀 시술을 받으러 내원하는 환자들의 경험담을 듣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이렇게 빨리 상업화로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
보디빌딩 아마추어 대회에 나갈 정도로 피부·몸매 관리에 일가견이 있는 피부과 의사와 ‘일단 해보자’는 스타트업 정신으로 똘똘 뭉친 창업가가 만났다. 올해 1월 론칭한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시르즈(SYRS)’가 탄생한 배경이다. 시르즈는 ‘진정성’과 ‘신뢰’를 표방한다는 의미의 브랜드 슬로건‘ Sincere care for YouR Skin’에서 따온 이름이다.
평소 로션을 바르는 것조차 귀찮아 하던 오순석 대표가 화장품 회사를 창업한 계기는 난생 처음 지인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피부과에서 시작됐다. 오 대표는 이승석 일산비바의원 대표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이 무심코 입 밖으로 낸 아이디어를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엑소좀(exosome)’이라는 성분을 화장품에 적용해 보고 싶다는 것. 엑소좀이라고 불리는 세포외소포는 세포 간 정보 전달을 위해 세포가 분비하는 핵심 물질이다. DNA·RNA 같은 유전자 정보를 다른 세포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담당하는데 성장인자·염증 조절인자 등의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세포 주변 미세환경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콜라겐 합성, 미백, 피부장벽 개선 등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쌓이며 피부과에서 미용 시술 용도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성분도 피부에 흡수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데 엑소좀은 세포들의 메신저답게 입자 크기가 40~100nm 정도로 매우 작아서 흡수율이 높고 스킨케어 제품의 주성분으로서 적합해 보인다는 얘기였다.
삼성전자(005930) 사내 벤처 프로젝트 씨랩(C-Lab) 출신으로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 ‘모스랜드’ 창업 멤버였던 오 대표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오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전문적 식견과 다수 셀럽들을 케어하며 실전 노하우를 쌓아온 이 원장이 자문을 맡았고 제품 개발이 시작됐다. 시제품 테스트를 거듭하며 모공 크기의 460분의 1 수준으로 제조된 ‘엑소액티브(ExoActive)’ 성분 화장품 라인업을 완성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이 원장은 “피부 표면에만 작용하는 다른 물질들과 차별화해 효능을 극대화하고자 했다”며 “엑소좀의 성질을 고려할 때 화장품 형태로 자주 반복해서 사용하면 피부과에서 한달에 한 번 시술을 받는 것 못지 않게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르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나 유명 셀럽을 통한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대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소비자들이 1:1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피부 타입을 확인하고 본인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제품을 경험해 본 메이크업 전문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 진출도 급물살을 탔다. 시르즈는 동남아 지역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태국을 첫 번째 해외 진출국으로 선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지 파트너사 선정까지 마친 단계로 이달 중 태국 식약청(TFDA) 허가를 받으면 상반기 내 제품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올 3분기를 목표로 일본 진출도 준비 중이다. 오 대표는 “3년 이내 연매출 100억 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단기 목표에 급급하기 보다는 피부 고민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장수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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