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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작년 주주환원율 77.6%…MS·메타 앞질렀다

◆빅테크 주주가치 제고 경쟁

지난해 주주환원율 78%에 달해

DS 적자불구 9.8조 배당약속 지켜

미국發 보조금 전쟁에 투자여력 ↓

애플·구글 등도 고배당정책 주도

"경영 악조건 삼성에겐 맞지 않아"





지난해 삼성전자(005930)의 주주 환원율이 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반도체 한파 속에서도 배당 규모를 유지하며 주주 환원에 힘쓴 결과다.



3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A 증권사와 함께 삼성전자와 MS·애플·메타·엔비디아·알파벳 등의 사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율은 77.6%로 MS(57.5%), 메타(59.5%) 등을 앞질렀다. 주주 환원율은 기업의 당기순이익에서 배당(보통주 기준)과 자사주 매입에 들어간 비용의 비중을 뜻한다. 주주 환원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서 주주들에게 되돌려준 돈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20.4%에 불과했던 삼성전자의 주주 환원율이 상승한 것은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는 상황 속에서도 배당만큼은 흔들림 없이 유지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약 15조 원의 적자를 냈지만 9조 80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그대로 이행했다. 삼성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동안 지급한 배당금은 29조 4000억 원으로 배당의 재원이 되는 잉여 현금 흐름(18조 8000억 원)보다 더 많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총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빅테크는 모두 주주 환원율이 감소했다. 2022년 170.3%의 환원율을 기록한 엔비디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폭증했지만 자사주 매입을 줄이면서 이 비율이 33.0%로 떨어졌다. 메타 역시 당기순이익이 늘었지만 자사주 매입이 감소해 이 기간 환원율이 115.9%에서 59.4%로 줄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과 같은 주요 경쟁자들이 고배당 정책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고 우리 정부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어 삼성으로서도 배당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최근 주주총회에서 “어려운 경영 환경이지만 주주 중시 경영을 이어가겠다”며 2026년까지 매년 9조 8000억 원의 배당과 잉여 현금 흐름의 50% 배당을 약속했다.

문제는 삼성의 주주 환원 여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막대한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이 부담이다. 삼성은 매년 약 50조 원의 시설 투자와 30조 원의 R&D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지난해 같은 실적 부진이 1년만 더 이어져도 상당한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삼성이 지난해 알짜 투자 자산인 네덜란드 ASML 지분을 매각하고 올해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약 5조 6000억 원의 배당을 받기로 결정한 것도 결국 이 같은 자금 우려 때문이다.

팻 겔싱어(왼쪽) 인텔 CEO가 미국 애리조나주 인텔 공장에서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에게 인텔의 반도체를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여기에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 경쟁 국가들이 자국 반도체 기업에 수십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투자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타도 삼성’을 외치고 있는 미국 인텔이 자국 정부로부터 받아들 보조금만 200억 달러(약 2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역시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는 하지만 규모 자체가 더 작고 회계장부 공개와 같은 각종 ‘독소 조항’까지 감안하면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네덜란드는 ASML의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 7000억 원) 규모의 ‘베토벤 작전’을 최근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 또한 정부 재정을 무기로 TSMC의 공장을 유치했고 중국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한 푼의 보조금도 받지 못하는 삼성으로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처지인 셈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천문학적 반도체 보조금은 원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고 R&D나 시설 투자 여력으로 이어진다”며 “우리나라에서 세액공제를 최대한 받아봐야 1조 원 정도에 불과한데 공장 하나 짓는 데만 30조 원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애플처럼 주주 환원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게 과연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 미국 법무부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난해 애플이 R&D 비용으로 299억 달러를 지출한 반면 자사주 매입에는 약 770억 달러를 썼다”고 지적했다. 전체 매출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애플 앱스토어의 비중이 올라가자 주력 상품인 아이폰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돈을 쓰기보다 주가 부양에만 돈을 써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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