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오늘 마신 '아아메' 일회용 컵, 재활용 안 됩니다

재활용 쓰레기 모이는 김포 재활용수집소 가보니

사람 손으로 선별…재활용률 77%, 나머지는 소각

'비헹분섞' 원칙대로 잘 버려야 제대로 재활용

김포재활용수집소 직원들이 입고된 쓰레기봉투를 찢어 여는 파봉 작업에 한창입니다. 사람이 직접 파봉을 하다 보니 음식물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쓰레기의 악취가 적잖은 고통을 안기기도 합니다. 기계로 파봉을 할 수도 있지만, 유리병 조각이나 노끈 등이 기계를 망가뜨리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하 사진=마주영 기자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시 걸포동에 위치한 김포도시관리공사 재활용수집소(이하 김포재활용수집소)는 아침부터 ‘쓰레기 맞이’로 분주했습니다. 김포재활용수집소는 김포 등 경기 서부권의 재활용쓰레기를 선별하는 곳입니다. 3000평 정도의 작업장에서 매일 18톤~23톤가량의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있습니다. 재활용품 수거 트럭이 쓰레기를 실어 나르면, 직원들은 잔뜩 쌓인 쓰레기봉투를 일일이 찢어 열고(파봉) 쓰레기를 꺼냅니다. 압도적인 양에 일단 숨이 막힙니다. 열심히 버려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 쓰레기들을 소각하느라 연간 4억원이 든다는 이야기도 좌절을 더해줍니다. 하지만 더 ‘잘 버리는’ 방법도 이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품질 재생 원료’ 아니면 소각장으로


봉투에서 벗어난 쓰레기들은 우선 사람의 손을 거칩니다. 2층 선별장 안에 들어서자 거대한 기계가 재활용 쓰레기들을 뱉어내고 있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의 양편에서는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우유팩, 페트병, ‘물렁이(폴리프로필렌)’ 등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골라냅니다. 다행히 캔류는 철 캔과 알루미늄 캔이 자동으로 분류됩니다. 철 캔은 대형 자석에 붙어 쉽게 분류해낼 수 있으니까요.

컨베이어 벨트의 끝에선 재활용될 수 없는 쓰레기들이 아래로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들은 모두 소각되는데, 여기에 1년에 4억 원의 비용이 듭니다. 김포재활용수집소 한 곳만 연간 4억 원이니까 전국적으로는 최소한 수십억 원입니다.

김포 수집소에 모인 재활용 쓰레기들은 우선 사람의 손을 거쳐 선별됩니다.


김무덕 김포재활용수집소 차장님은 플라스틱 쓰레기도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투명 페트병과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대표적입니다. 투명 페트병은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탄생되는 소재라 수요가 높고 단가도 비싼 반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소재의 질이 낮아 재활용 수요가 적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처럼 품질이 낮은 플라스틱은 시간·비용 등의 이유로 대부분 소각 처리됩니다. 김 차장님은 “이론적으로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고려했을 때 수집소에 입고되는 쓰레기 중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은 77%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상당히 높은 비율입니다.

더럽게 버리면 안 되는 이유


김포재활용수집소에서 선별해 압축한 재활용 쓰레기.


재활용 안 된다고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재활용이 까다로운 쓰레기는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김 차장님은 프랜차이즈 카페에 방문할 때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일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린피스와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장용철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플라스틱 컵 총 소비량은 53억 개에 달합니다. 컵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보다 1.5배 더 길게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이미 쓰레기를 만들었다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깨끗하게 버려야 합니다. 품질이 좋은 폐플라스틱이라도 이물질로 오염되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식물이 묻은 채 버려진 쓰레기는 주변에 있는 쓰레기도 함께 오염시켜 재활용률을 낮춘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선별 작업장의 직원 분들을 위해서도 깨끗하게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별소에 도착한 쓰레기는 파봉부터 선별까지 전부 사람의 손길이 닿습니다. 김 차장님은 "여름철에 이물질이 묻은 재활용 쓰레기가 들어오면 악취 때문에 일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하며, 쓰레기를 버리기 전 ‘비헹분섞(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기)’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과 섬유 소재가 같이 쓰인 인형 같은 장난감, 과일 포장에 쓰이는 플라스틱 등은 기술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음에도 역시 비용 등의 문제로 소각됩니다. 심지어 재활용 마크가 찍힌 물건인데도 정작 수요가 적어 소각 처리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김 차장님은 “그래도 이 곳에서 처리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최대한 규칙대로, 분리배출 표시대로 배출해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어쨌든 분리배출이 제대로 돼야 재활용의 기회가 조금이라도 생기니까 말입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님은 폐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기후위기 문제와도 연관된다면서 “플라스틱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에너지 분야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플라스틱 폐기물 분야는 이같은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말입니다. 카페에서 무심하게 받아들었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지난 주에 버린 플라스틱 샴푸 통 같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 지구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지구용 레터 구독하기




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