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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쉬 공습'에 대형마트 폐점하자 주변 상권 매출도 '뚝'…"휴일 영업 허용해야"

[대형마트·골목상권 동반 침체]

■자영업자 덮치는 'C커머스'

마트 점포수 4년새 10% 넘게 줄어

골목상권 판매 건수도 8.9%나 급감

알리 등 식료품·농산물 거래 급증에

마트 폐점·주변상권 등 위기 심화

野반대에 유통법 개정 논의도 못해

1월 31일 서울 이마트 양재점에 휴점일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 폐점 시 유동 인구가 감소해 주변 골목상권의 매출까지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e커머스)의 공습이 국내 유통 업체를 넘어 소상공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추정이 가능한 셈이다.

2일 한국은행의 계간 학술지 ‘경제분석 2024년 1호’에 실린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2020년 11월과 12월 각각 문을 닫은 롯데마트 도봉점과 구로점의 반경 2㎞ 상권 매출액이 폐점 전보다 평균 5.3% 감소했다. 주중 매출액과 주말 매출액은 각각 5.0%와 7.8%가량 줄었다. 특히 골목상권의 경우 매출액이 7.5%, 판매 건수가 8.9%나 급감했다.

연구진은 경기 변화에 따른 소매판매 변동이 연구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도봉점의 경우 인근 롯데마트 중계점과 삼양점, 구로점은 양평점과 금천점 주변의 상황과 비교했다. 매출 감소가 마트 폐점이 아닌 소비 둔화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분석 기간은 도봉점과 구로점 폐쇄 전인 2019년부터 2022년까지다.

그 결과 마트 폐쇄가 주변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형마트의 폐점이 유동 인구를 감소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전통시장과 발달상권(상가밀집지역)은 매출액이 다소 늘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진현정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일반대학원 경제학과 허성윤 씨는 “연구 결과는 폐점 이전에 해당 대형마트와 주변 상권을 이용하던 소비자들 중 일부가 폐점 이후에 더 이상 주변 상권을 이용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게 상식이었지만 이를 뒤집는 논문인 셈이다. 해당 논문 하나로 대형마트와 주변 상권의 상관관계를 일률적으로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대형마트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중국 e커머스 업체의 국내 시장 잠식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실제 연구진은 “SK텔레콤의 유동 인구 자료 분석 결과 대형마트 폐점은 소비자들 중 일부가 해당 지역을 방문하지 않도록 만들어 유동 인구를 감소시키고 나아가 주변 골목상권 매출 건수를 감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며 “결국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에 소비 이전 효과로 연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오히려 폐점 이후 대형마트가 있었을 때의 목적 통행이 감소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결과가 시장에 주는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점포 수는 총 397개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27개나 줄었다. 4년 연속 감소한 결과로, 특히 롯데마트 점포 수는 2019년 125개에서 지난해 111개로 4년 새 10% 이상 급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올해 최소 11개 이상의 대형 점포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쉬인 등 대형 자본으로 무장한 중국 e커머스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대형마트들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구 규모는 6조 7600억 원으로 201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조 원을 넘겼다. 올 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11% 증가한 가운데, 특히 대형마트에서 주로 구매됐던 음·식료품과 농축수산물 거래액이 같은 기간 20.9%, 48.9% 급증한 점도 대형마트의 위기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대형마트 폐점에 따른 주변 전통시장 매출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가 폐점했는데도 전통시장은 유의미한 매출 상승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각기 독립적인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짚었다. 과거 정부는 대형마트의 양적 팽창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침식한다며 규제 정책을 지속 추진했지만 이 규제는 전통시장을 보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산업 전체에 독이 됐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유통 업계 및 학계에서는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하도록 규정한 규제 일변도식 유통산업발전법 개정부터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해당사자와의 합의를 거칠 경우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현재까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는 대형마트가 출점한 전국 기초 지자체 177곳 중 절반이 채 안 되는 76곳에 그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한국유통학회 등 유통 물류 관련 4개 학회 소속 전문가 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4%는 이 규제가 ‘대형마트는 물론 보호 대상인 전통시장에도 손해였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유통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 원칙 폐지를 추진했지만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야당 등의 반대에 부딪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평일 전환이 타 지역으로 더 확산되도록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하는 한편 유통법 개정을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 업체들이 저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마구잡이로 파고들고 있는 데도 대형 유통 업체들은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인 채 경쟁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주변 소상공인과 상권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이 하루 속히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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