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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현명한 소비자, 절판을 마감하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프랑스 파리의 관광 명소인 에펠탑 주변을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열쇠고리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을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상인들마다 “가장 싼 가격이고 앞으로는 이 가격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에펠탑에 가까워질수록 새로운 상인들이 나타나 더 싸게 열쇠고리를 판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열쇠고리를 구입하는 짧은 순간에도 가족들에게 선물할 기념품에 대한 만족감과 더불어 가슴 한편에는 과연 현명한 구입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뒤섞이는 경험을 한다.

1970년대 ‘아타리’ 창업자이자 비디오게임 산업의 선구자인 놀런 부슈널은 “궁극의 영감은 마감이다”고 말했다. 위대한 창조는 ‘마감’이 주는 긴장감을 극복하고 영감을 실현하는 사투의 산물일 것이다. 예술뿐 아니라 판매와 소비의 영역에서도 마감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보다 좋은 조건으로 구매하려는 것은 소비자의 본능이고 좋은 조건의 종료나 변경이 임박했다는 정보는 소비자에게 구매의 필요성을 환기시켜 결정을 서두르게 만든다.

많은 기업이 마감의 속성을 영업과 마케팅에 활용한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마감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되 과도한 불안감이나 기대감을 조성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이 소비자가 현명하게,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하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 업계의 소위 ‘절판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인위적으로 절판을 조장해 단기 실적만 올리면 된다는 식의 영업 행태를 질타하는 것으로 들린다. 좋은 상품이 사라지기 전에 가입을 재촉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보험 시장에서 절판이 일상적으로 반복돼왔다는 지적에는 유의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경험생명표 변경, 세법 개정 등에 따른 상품별 변경 사항을 사전에 전달하는 소위 ‘착한 절판’에도 오해의 시선이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절판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감이 걱정스럽다.

소비자는 현명하다. 날마다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이를 공유하고 있으며 진위 확인과 유불리에 관한 판단도 빠르고 정확하다. 판매자의 권유와 추천이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도 명확히 구분한다. 반복적인 ‘절판 마케팅’은 자칫 소비자의 냉담함을 초래해 중요한 정보조차 무시당할 위험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보험회사의 경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생명보험을 경험하는 소비자를 현명하게 만들지, 냉담하고 무관심하게 만들지는 전적으로 우리 생보 업계의 의지에 달려 있다. 소비자의 니즈와 이익에 부합하는 좋은 보장으로 오랫동안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켜나간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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