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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출구 막혔나… 尹만난 전공의 대표 "의료 미래 없다"

집단 사직 46일 만에 정부와 첫 대화

입장 차만 확인… 갈등 골 깊어질 듯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공개 총회가 열린 지난달 9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건물을 나서다 취재진을 보고 황급히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더 깊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을 계기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140분의 회동은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민국 의료에 미래는 없다”는 한 줄의 소감만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 앞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공지에서 “대전협 비대위 내에서 충분한 시간, 회의를 거쳐 윤 대통령과 만나기로 결정했다”며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됐고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월 20일 (대전협)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며 “총회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2일 전공의들과 직접 만나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대화를 제안한 지 이틀 만이다. 이에 앞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박 위원장에게 “윤 대통령을 조건 없이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3일에는 모든 일정을 비운 채 박 위원장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 19일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를 시작으로 집단 사직이 시작된 후 전공의들이 정부 측과 대화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정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부는 박 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의료계와 논의할 때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기존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본인 SNS에 짧은 글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대통령과의 면담에 실망감을 표출했다.

의정 갈등을 대화로 풀어보려던 대통령과 대전협이 서로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 채 면담을 끝내면서 앞으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과 정부 입장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 대전협은 올 2월 성명서를 내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명령 철회와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이날 대통령과의 만남 일정이 알려진 뒤 내부 공지를 통해 “기존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는 변함없고 요구안에서 벗어난 협의는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비대위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만남 이후 정부에서 ‘우호적인 방향으로 얘기가 진행됐다’고 언론 플레이를 할 가능성이 있지만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저희 쪽에선 ‘대화에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하고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핵심 쟁점은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윤 대통령과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 받아들일 수 없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중재안을 도출하느냐다. 하지만 정부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춘 제안’을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만큼 면담이 이뤄진 직후 증원 규모를 대폭 조정할 가능성은 낮다. 설사 정부와 박 위원장 간 증원 규모의 타협점을 찾더라도 ‘강경파’ 전공의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박 위원장이 면담 이후 투표 형식으로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타협이 얼마든지 무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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