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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가 콕 집은 캄보디아산 바나나…'金사과' 빈자리 채웠다

[고물가에 빛나는 애그테크 스타트업]

트릿지, 유통 등 대기업 도움요청에

캄보디아산 바나나 국내 처음 수입

130억 데이터로 최적 농산물 발굴

사과값 폭등에 대체 과일 수요 높아

못난이 농산물 판매 플랫폼도 인기

수급 불안 대안 스마트팜도 주목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매대에 바나나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애그테크(Ag-tech·농업과 첨단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 트릿지는 지난달 11일 캄보디아산 바나나를 국내로 들여왔다. 필리핀·페루·베트남산 바나나는 국내에서 이미 유통 중이지만 캄보디아산이 수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과·배를 비롯해 국산 과일 값 폭등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체재 수입을 트릿지에 요청했고 이에 트릿지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입선 발굴 및 물량 확보에 성공했다. 현재 트릿지는 한 주에 평균 33톤 규모의 캄보디아산 바나나를 수입하고 있다. 트릿지 관계자는 “품질이 우수한 캄보디아산 바나나는 기본 가격이 저렴한 데다 할당 관세까지 적용받을 수 있어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이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은 수입산이나 못난이 농산물 등을 빠르게 시장에 공급해 단기 생활 물가 안정에 기여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스마트팜 등 중장기 생산·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 구현에도 앞장서는 모습이다.

5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트릿지가 캄보디아산 바나나를 발굴할 수 있었던 비결은 AI 기반 농축수산품 무역 거래 플랫폼이다. 이 회사는 AI를 활용해 전 세계에서 발표하는 각종 농업 데이터를 토대로 현재 1800여 품목의 농수산물에 대해 128억 건에 달하는 가격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를 기반으로 바나나 외 그리스산 키위, 브라질산 망고, 캄보디아산 후추 등을 직접 거래했다. 트릿지는 자체 데이터와 현지 무역 전문가를 통해 해외에서 수입할 만한 물량이 충분한지 검증을 거친 후 바로 농산물을 조달한다. 유통·식품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덕에 지난해 3조 6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첫 농식품 분야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 스타트업으로 올라섰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로 전년동월보다 3.1% 올랐다. 사과는 지난해 동월 대비 88.2% 상승했고, 배도 87.8% 올라 통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유통 업계에서는 이상기후 현상이 농산물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기면서 실시간 대응을 돕는 빅데이터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기준)은 올해 2월 20.9%, 3월 20.5%에 달했다. 특히 3월 사과 값은 88.2% 폭등하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찍었다. 지난해 봄에는 이상저온, 여름에는 일조량 감소를 겪으면서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30% 줄어든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상품에 비해 예측성이 떨어지는 농작물은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미리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게 필수”라고 전했다.

고물가에 신음하는 요식업 사장님들을 돕는 스타트업도 있다. 식자재 전용 오픈마켓 ‘식봄’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마켓보로다. 입점 셀러들이 저렴하게 채소를 판매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거래 건수가 최근 크게 늘었고 그 결과 식봄에서 판매하는 채소 부문 3월 매출은 2월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는 “식자재를 전문으로 유통하는 셀러들이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채소를 전국 각지에서 찾아내 음식점 사장님의 우려를 한결 덜었다”고 말했다.





못난이 농산물을 전문으로 배송하는 ‘어글리어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캐비지도 고물가 영향으로 최근 회원이 크게 늘었다. 못난이 농산물은 모양·크기·중량 등 시장 기준에 미달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전체 농업 생산량의 10% 이상이 못난이로 분류돼 버려져 왔지만 캐비지는 질 좋은 못난이 농산물을 유통해 대박을 쳤다. 어글리어스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고 사용자 수는 같은 기간 169% 늘었다. 누적 가입자는 20만 명을 넘는다.

계절에 상관없이 일정한 가격으로 농산물을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팜 분야에서도 스타트업이 맹활약 중이다. 넥스트온은 지난해 강원도 태백에 건축 면적 4521㎡(약 1400평) 규모의 세계 최초 딸기 실내 농장을 세웠다. 식물의 종류에 따라 맞춤형 가시광선을 발산하는 광합성용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해 생육 기간을 단축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수확 기간은 6개월로 제철이 아닌 한여름에도 딸기를 생산할 수 있다. 영농 인구가 감소하는 데다 농지 면적이 적은 한국 농업 시장에서 스마트팜의 영향력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현상인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애그테크의 입지는 갈수록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량위기가 심화하면서다. 해외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애그테크 시장 규모는 2023년 148억 7000만 달러에서 2025년 225억 7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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