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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는 정보·속도가 생명…컨트롤타워 시급”

◆서울중앙지검 송재호 공인전문수사관

마약과의 전쟁· 특수본 출범 1년

해외직구·'다크웹'…비대면·지능화

'통제배달'수사로 밀수조직 검거

삭발·제모·염색해도 감식망 못 뚫어

한 번 경험하고 마는 마약은 없어

송재호(오른쪽) 서울중앙지검 마약수사관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검찰은 송 수사관의 얼굴이 식별되지 않도록 모자이크 처리를 요청했다. 권욱 기자




“마약과 현금 가방을 교환한다고요? 아휴, 그건 흘러간 영화 이야기입니다. 현실은 완전 딴판이에요. 기본적으로 마약은 비대면 거래입니다. 일종의 해외 직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현금 대신 코인(가상자산)으로 거래하고요. 디지털 시대에 맞춰 마약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암호화하고 있습니다. 수사와 검거가 더 어려워지는 환경이죠.”

지난해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은 마약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이 침투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쇼킹’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경찰·관세청·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이달 10일 특수본 출범 1년을 앞두고 20년 동안 마약 수사를 맡아온 송재호 서울중앙지검 마약수사관을 중앙지검 1층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2021년 마약 분야의 ‘공인전문수사관’으로 거듭났다.

송 수사관은 “과거에는 마약상을 직접 만나야 했지만 지금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과 ‘다크웹(암호화된 웹사이트)’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마약 거래가 쉬워졌다”며 “이는 10대와 20대 마약 사범이 급증한 배경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젊은 세대가 인터넷이나 텔레그램·가상자산에 익숙한 데다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약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는 설명이다.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10대와 20대 마약사범은 최근 10년 동안 8배, 10대 마약사범은 25배가량 늘어났다. 10·20대의 마약 범죄 비중은 36%(2023년 기준)에 이른다.

검찰 수사관의 1차적 임무는 밀수입 마약 차단과 국내외 조직책 검거에 있다. 주로 ‘통제 배달(controlled delivery)’ 수사 기법을 활용한다. 통관 업무를 관장하는 관세청 등으로부터 확보한 마약 정보를 토대로 은닉 마약 국제우편물을 검찰 통제하에 배달하는 방법으로 국내 유통·판매책을 쫓는 방식이다. 그는 “우리나라 배송 조회 시스템이 워낙 뛰어나 배송이 조금만 늦어져도 낌새를 채고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며 “최종 수취지를 변경해 혼선을 주거나 수사기관이 잠복 중인지를 살피는 ‘역감시조’를 붙여 애로를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제 배달 현장에서 마약 은닉 우편물을 직접 수령하다가 긴급 체포된 피의자조차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관련 증거 확보가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수사망이 뚫리면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의 투약분이 국내에 돌아다니게 되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구마 줄기 캐듯 총책까지 줄줄이 붙잡기까지는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상선(총책)’을 비롯한 공범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여러 단계의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데다 총책의 지시도 텔레그램 등 보안이 강력하고 추적이 어려운 통신 수단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총책이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가 많고 300명 남짓한 검찰 수사관으로는 전국을 커버하기도 버겁다. 마약과의 전쟁 이후 수사관이 늘어났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마약 수사와 마약사범 검거는 정보와 속도가 생명”이라며 “조금만 지체하면 잠적해버린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수사기관 간 정보 교류를 하지만 실적 경쟁으로 그렇게 원활하지는 못하다”며 “수사 효율성을 높이려면 미국의 마약청(DEA) 같은 컨트롤타워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에서 마약·총기류를 동시 밀수한 일당을 적발하고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 대부분은 해외에서 반입된 것입니다. 1세대 마약 기술자가 사망하거나 해외로 도피해 제조 명맥이 거의 끊겼습니다. 간혹 대마를 키우거나 의약품에서 마약 성분을 추출하다 적발되기도 하죠. 인터넷으로 배워 필로폰을 제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 ‘독전’처럼 마약 공장을 차리는 것은 사라졌다고 봅니다. 가격 측면에서도 제조보다 밀수가 유리하기도 하죠.”

송 수사관은 일부 투약 사범의 삭발과 제모 등 증거인멸 시도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마약 감식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숨긴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모발 감식은 꽤 오래전 투약 사실도 확인할 수 있지만 투약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워 무죄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마약사범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마약 수요가 증가했다는 의미”라며 “수사와 단속도 중요하지만 질병을 치료하듯 마약중독자의 재활 치료를 활성화해야 수요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수사관은 마약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딱 한 번 경험하고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오산입니다. 그런 마약은 없습니다.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도 나락으로 빠지게 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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