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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카론의 새벽' 리메이크…나 없어도 작품은 계속"

만화계의 거장 이현세 작가

현대적 감각 입혀 올 연말 공개

'이현세 화풍' 주입, AI 활용 나서

만화가 생각만으로 작품활동 가능

AI시대 도래, 거부할수 없는 현실

기업등 '작가주의' 지원 늘었으면

만화가 이현세 작가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인공지능(AI)은 이제 모든 분야에서 쓰이는데 만화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AI 기술을 이용하면 내가 세상에 없어도 작품이 계속 나올 겁니다. 이현세가 없어도 까치와 엄지를 계속 볼 수 있는 것이죠. 만화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겁니다.”

‘한국 만화의 거장’ 이현세 작가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가 만화를 비롯한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활약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현상이고 만화가들이 이를 거부하면 도태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79년 ‘저 강은 알고 있다’로 만화계에 데뷔한 후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이 작가는 요즘 AI를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세 가지가 핵심 요소다. 우선 AI가 ‘이현세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고 또 이 작가의 과거 작품을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하며 AI를 통해 과거 작품에 대한 오마주 만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는 “AI를 통해 만화를 그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이라며 “AI에 평소 나의 생각과 관심사, 나의 화풍을 최대한 많이 입력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가 현재 AI를 통해 리메이크하는 작품은 1994년 내놓았던 ‘카론의 새벽’이다. 올 연말에는 현대적 감각을 입힌 ‘카론의 새벽’이 나올 것으로 그는 예상하고 있다.

AI가 결국 만화가들의 일자리까지 빼앗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이 작가는 “작가가 직접 펜을 들고 만화를 그리는 것만 작품 활동이 아니라 AI에 명령을 내리고 AI로 만화를 그려내는 것도 작품 활동, 즉 예술 행위로 봐야 하므로 만화가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AI를 받아들이는 여부는 작가 개인의 신념과 철학의 문제”라면서 “AI 시대가 온 것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만화가 이현세 작가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 기자


지난해는 이 작가의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온 지 40주년이 되는 해였다. 까치(오혜성)와 엄지도 마흔 살이 넘은 것이다. 그의 수많은 작품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까치와 엄지로 만화 마니아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캐릭터다. 이 작가는 이들 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만들었지만 결국 까치와 엄지만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 작가는 “1987년 선보인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에서는 명주, 1988년 내놓은 ‘두목’에서는 수미 등 여러 캐릭터들을 만들었는데 모두 살아남지 못했다”며 “독자들이 까치와 엄지에 대한 인상이 강해서인지 이들 외에는 기억을 못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도전했는데 까치와 엄지를 못 이기고 있다”며 “어느 순간 이제 까치·엄지는 내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내놓은 작품 가운데 그가 가장 애착하는 것은 1982년에 선보인 ‘국경의 갈가마귀’다. 이 만화는 대한제국 시절인 구한말 만주를 배경으로 한 무협극화다. 2020년 재발간된 이 작품을 이 작가가 아끼는 것은 자신의 할머니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작가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에 살을 붙여 만든 게 ‘국경의 갈가마귀’로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 ‘까마귀’의 스토리 외에는 대부분이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 작품에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그분이 만주에서 겪었던 생사고락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이 작가에게도 아쉬운 작품이 있다. 바로 1995년작 ‘황금의 꽃’이다. 만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황금의 꽃’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만화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사이버(컴퓨터) 공간에서 생겨난 인격체가 세상을 지배하려는 내용인데 여기에서 이미 메타버스(가상세계)의 개념이 등장했다. 이 작가는 “당시 컴퓨터는 8비트가 대부분이었고 16비트가 대중화되기 직전이었다”며 “‘황금의 꽃’이 지금 나왔다면 인기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생소하고 내용도 어려워 큰 호응을 못 얻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K컬처 열풍이 불면서 한국 만화도 해외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문화 산업 관계 기관과 기업에 ‘작가주의’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이 작가는 “작가주의 작품은 상업주의 작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작가주의 시장은 너무 작고 열악하다”며 “작가주의는 시장에만 맡겨서는 활성화되지 않으니 기관과 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을 향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만화가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그가 항상 하는 대답은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만화의 기본은 재미있고 탄탄한 스토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공유하고 다방면에서 지식을 쌓는다면 이를 바탕으로 좋은 스토리를 창작할 수 있습니다. 만화가를 꿈꾼다면 독서와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현세 작가가 서울경제신문 독자를 위해 그려준 까치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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