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르포]튀어나온 못에도 '공사 중단’…휴업재해율 매년 15%씩 줄었다

■삼성물산 ‘작업 중지권’ 시행 3년

반포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가보니

근로자 요청땐 안전팀 즉각 출동

위험요소 제거 후에야 작업 재개

국내외 113곳서 30만건 이상 접수

폭염·미세먼지 등 기후 사유도 증가

삼성물산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공사현장에 '작업중지권' 사용을 독려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신미진 기자




“크레인이 철근을 묶지 않고 들어 올리고 있네요. 낙하 위험 있어 작업 중지합니다.”

15일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공사현장을 지켜보던 이상현 안전팀장(프로)의 스마트폰에 건설근로자가 작성한 메시지가 접수됐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이 팀장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시간이 곧 돈’인 공사현장에서는 조금의 지연도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팀이 재빠르게 크레인을 멈춘 뒤 꼼꼼히 밴딩 작업을 마치자 결과물을 확인한 근로자는 그제야 안심하며 작업을 재개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3월 착공한 이 현장에서 접수된 작업중지 요청만도 총 2542건에 달한다. 이 팀장은 “하루에 평균 10건 이상의 작업중지 요청이 접수된다”며 “바닥에 튀어나온 못이라도 근로자가 요청하면 작업을 일단 중단하고 안전을 확인하는 게 수칙”이라고 말했다.

안전사고가 많은 건설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 판단 아래 즉각 작업을 그만둘 수 있는 권한이다.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에 따라 근로자는 누구든지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급박한 위험’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안전이 곧 시공능력으로 평가되는 만큼 삼성물산은 안전경영 책임 강화 차원에서 작업중지권 사용을 오히려 독려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공사현장 근로자들이 작업중지권을 접수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입장하기 위해 안전모에 부착된 QR코드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신미진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따르면 2021년 3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한 이후 약 3년간 국내외 총 113개 현장에서 접수된 건수는 총 30만 1355건에 달한다. 이는 1개 현장에서 하루 평균 270건, 5분마다 한 번씩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셈이다. 전면보장 첫해에는 접수 건수가 8224건에 그쳤지만 2022년에는 4만 4455건, 지난해에는 24만 8676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장 급박한 위험 방지 차원을 넘어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수단으로 작업중지권 행사가 일상화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공사 안전팀은 전 근로자의 안전모와 현장 곳곳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입장할 수 있는 QR코드를 부착하고, 이를 통해 신속하게 작업중지 요청을 접수하고 있다.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이유로는 근로자의 충돌·협착(31%) 관련 상황이 가장 많았다. 이어 추락(28%)과 장비 전도(24%)가 뒤를 이었다. 폭염이나 폭우, 미세먼지 등 기후 관련 작업중지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작업중지권을 100건 이상 중복해 활용한 근로자는 210명에 달했다. 가장 많은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근로자는 597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6개월간 511건의 작업중지권을 접수한 종로전기(협력사)의 윤혜준(25) 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로 넘어진 적도 있었다”며 “위험한 부분을 그냥 두거나 안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다른 근로자들이 더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생각해 작업중지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행자 통로나 작업공간이 아닌 구간에서의 위험요소를 찾게 되는 등 현장 전체를 보는 눈썰미를 기르는데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건축현장에서 근로자가 양중관련 작업중지를 신청후 개선사항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물산


작업중지권은 다양한 안전제도와 더불어 현장에서 발생 재해를 낮추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휴업재해율(근로자가 1일 이상 휴업하는 재해 발생 비율)이 전면보장 첫해인 2021년부터 매년 15% 가까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물산은 작업중지권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현장별로 근로자에 대한 포상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작업중지권 행사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 지연과 인력 추가 투입 부담이 협력업체에 전가되지 않도록 총 13개 업체, 391건에 대한 비용을 정산 과정에서 반영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작업중지권 사용 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이 현장 근로자 383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가 ‘타사 현장에서도 작업중지권을 활용하겠다’고 답하는 등 근로자들의 수요가 높아서다. 대우건설은 올해부터 근로자 작업 중지권 사용 우수 사례에 대한 포상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온라인 플랫폼인 안전신문고를 자체 구축해 작업자 스스로 작업중지 신고와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