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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방향따라 해고·고용 활발…기업도 인재도 '큰 물'로 몰린다

■스타트업 본사 해외로…美 창업 활성화 비결은 '노동 유연성'

빅테크 등 내보낸만큼 채용도 많아

인력 풀 넓어져 창업·재취업 유리

韓은 경직된 고용 탓 사업재편 난항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 차례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뒤 우리나라에서 연쇄 창업에 나선 A 씨는 지난해 구조조정에 나섰다가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창업 초기와 사업 방향이 달라져 기존 인력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된 A 씨는 새로운 인력으로 재편하려 했지만 최고경영자(CEO) 마음대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던 A 씨는 이 문제로 한때 폐업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A 씨는 “스타트업에 피벗(Pivot·사업 방향 전환)은 흔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인적 구성과 규모가 달라지기 마련인데 한 번 고용한 뒤에는 스스로 사표를 쓰기까지 내보낼 수 없다는 점이 참으로 당황스러웠다”며 “다음에 창업하게 되면 절대 한국에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리콘밸리 한인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은 현지 창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노동 유연성’을 꼽는다. 스타트업 창업과 운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인력 구조조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과 빅테크를 가리지 않고 인력 조정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테크 업계 감원 현황을 추적하는 레이오프에 따르면 올 들어 20일(현지 시간) 현재까지 259개 기업이 7만 4672명을 감원했다. 4월 들어 인력을 줄인 기업만 41개로 이 가운데 상장기업은 애플(614명), 테슬라(1만 4000명), 구글(미확인), 인텔(69명) 등 8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33개 기업은 모두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스타트업이다.



해고만 활발한 것은 아니다. 재취업 기회 역시 언제나 열려 있다. 단적으로 이달 들어 600여 명을 내보낸 애플은 현재 600개 이상 직군에서 채용을 병행하고 있다. 구글은 2446개, 인텔은 1861개 직군에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진입과 이동, 퇴출이 모두 유연한 셈이다. 또 다른 한인 스타트업 창업자 B 씨는 “캘리포니아 주법상 고용계약서에 비경쟁 조항을 넣을 수 없다는 점도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요소”라며 “다른 업체에 인력을 빼앗기기도 쉽지만 역으로 우수 인력을 영입하는 장벽도 매우 낮다”고 말했다.

노동 유연성은 채용·해고를 넘어서 ‘넓은 인력 풀’ 자체를 의미한다. 미국은 세계 각지에서 뛰어난 인적 자원이 몰려드는 만큼 기업이 원하는 스펙의 인력을 언제든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이나 시스템반도체 설계 등 글로벌 시장 전체적으로 고급 인력 규모가 제한된 분야에서는 그 매력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실리콘밸리를 찾는 것도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찾은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은 물론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봉과 ‘명함 값’에서 빅테크에 밀릴 수밖에 없는 만큼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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