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에도 중국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제3자를 통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대중 수출 규제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지만 규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3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입찰 문서 수백 건을 분석한 결과 중국 대학·연구소 등 10개 단체가 미국·대만 등 기업이 제조한 서버를 통해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17일 제재 강도를 높인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한 후 이뤄진 것이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엔비디아 칩을 확보하기 위해 서버 제조 업체를 이용하는 등 제3자를 통한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택한 제3자는 미국의 슈퍼마이크로컴퓨터·델테크놀로지, 대만의 기가바이트테크놀로지 등이다. 미국은 엔비디아와 협력 업체의 첨단 반도체 칩 대중국 수출을 금지시켰고 여기에는 제3자를 통한 판매 금지도 포함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제3자를 통한 판매가 허용된다. 칩을 구매한 중국 기관은 중국과학원과 산둥 인공지능연구소, 후베이성 지진국, 산둥대, 시난대, 헤이룽장성 정부 소유 기술 투자 기업, 국유 항공연구센터, 우주과학센터 등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반도체 수출통제가 강화되기 전에 유통된 제품인 만큼 미국의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우리 협력 업체 중 누구도 수출통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어떤 제품이라도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위반해 재판매됐다고 판단되면 고객사와 협력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버 제조업체들도 관련 규정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슈퍼 마이크로컴퓨터는 수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델 테크놀로지는 "보도에 언급된 중국 기관으로 칩이 공급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추가조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만 기가바이트는 대만 법률과 국제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상무부는 "현재 산업보안국에서 수출이 금지된 칩의 사용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페이퍼 컴퍼니 등을 통한 위반 혐의 등 의혹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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