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 정책을 주도하는 경제산업성이 ‘지금의 저임금·투자 저조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2040년 일본 경제가 신흥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를 막기 위해 반도체, 바이오 의약품 개발 등 신(新)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지금과 같은 정부의 대규모 투자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경산성은 24일 공개한 ‘경제산업 신 기축(機軸) 시나리오’ 자료를 통해 “지난 수년간 추진해 온 산업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며 일본 경제는 큰 변화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면서도 “잃어버린 30년의 ‘비용 축소’ 사고는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 국내 투자 및 혁신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강조했다. 일본 내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임금 인상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정부 목표치에 부합하며 주가도 강세를 보이는 지금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30년 절호의 기회라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경산성은 2040년 일본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잃어버린 30년과 같이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이 이어진 경우’의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①실질 임금 정체 ②노동 생산성 저하(해외의 값싼 원료 활용한 수익 쌓기) ③국내 투자 축소 ④국내총생산(GDP)의 미미한 증가가 계속된다면 “실질임금과 GDP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해 신흥국에 따라잡히고, 해외와 비교해 ‘풍요롭지 않은’ 현실을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2025년 인도의 GDP가 4조 3398억 달러로 일본(4조 3103억 달러)을 제치고 세계 4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래 지난해 10월 전망에서는 역전 시기가 2026년이었으나 이달 수정 전망치에서 시점이 앞당겨졌다. 경산성은 일본 국내가 ‘가난해 지면’ 경제 자원 및 인프라 부족, 기술 발전 지연이 심화해 세계 경쟁력이 흔들리고, 비교적 일본이 우위를 점한 사회 안정성(실업률·치안 등)조차 상실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기업, 국민, 정부에 요구되는 ‘거시적인 도전’도 내놓았다. 국내투자(대내직접투자) 확대 및 연구개발 강화, 임금 인상, 민간 주도 경제의 지속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인프라 투자 및 산업 정책(정부 지출 지속) 등이다. 경산성은 이 같은 시도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선진국 수준의 임금 인상 및 소득향상, 노동생산성 제고, 경상수지 개선 등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산성은 이 시나리오를 6월 내놓을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 기본 방침’에 반영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년 예산 요구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시나리오의 목적이 기시다 정권의 적극 재정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데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경산성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거액의 보조금을 집행해 왔다. 2021~2023년 계상된 예산만 약 3조 9000억 엔에 달한다. 아사히신문은 “이 같은 적극 재정을 계속하면 재정 건전화 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산성 간부를 인용해 “흑자를 위해 국가가 쓰러지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달 9일 열린 재무성의 재정제도심의회 분과회의에서도 경산성 주도의 반도체 지원 등 산업정책을 두고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분과회 관계자는 “강력한 재정 출동 효과는 엄밀하게 검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해 향후 경산성과 재정 재건을 목표로 하는 재무성 사이에 줄다리기가 있을 수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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