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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진정한 인간이 되고 싶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라

■인간의 조건

백종현 지음, 아카넷 펴냄





올해는 서양철학의 거목 임마누엘 칸트의 탄생 3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칸트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칸트 전집을 번역하기도 한 저자가 탄생 300주년을 맞아 50년 넘게 발표했던 논고를 합쳐 칸트 사상의 정수를 모아냈다.

칸트의 사상은 ‘인본주의’라는 말로 거칠게 요약 가능하다. 칸트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평생 끊임없이 던지며 탐구해 온 인물이다. 저자는 그 답을 ‘자율성’에서 찾는다.

인간에게 인격성을 부여하는 것은 자율성이다. 저자는 “자율성이야말로 인간의 인간임의 제일 요소이자, 인격으로서의 인간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경험적 상황을 배제한 순수한 인간 이성의 자유를 의미한다. 외부적 영향이 없는 스스로의 판단과 사유가 가능해야 진정한 자유다.



인간의 조건을 갖춘 뒤에 나오는 것이 인권 개념이다. 칸트에게 인권이란 ‘인간이라는 힘으로 인간에게 귀속하는 근원적 권리’다. 인권을 구성하는 것은 자유, 평등, 안전이며 인권이 있기 위해서는 인간의 주체성이 필수다. 이 주체성은 후천적인 것이 아니라 선험적인 것이다.

인간의 세계는 인간의 기초가 있어야만 만들어진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어떻게 인간이 이성을 통해 지식을 창출하고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지를 논증했다.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선악을 구분하고 무엇을 행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판단력비판’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미와 숭고를 찾아내는지 밝힌다.

칸트의 이러한 사상은 “경탄과 경외감으로 내 마음을 채우는 것, 그것은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법칙이다”라는 그의 말로 집약된다. 별이 빛나는 하늘이 상징하는 자연의 세계와 윤리의 세계를 지칭하는 도덕법칙이 만나 세계가 결국은 하나의 원리로 귀결됨이 증명된다. 그리고 그 원리는 내 안에 있다.

저자는 현 시점의 대한민국에서 칸트 철학이 가질 수 있는 의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현 사회의 갈등과 자살의 문제는 칸트철학에 따르면 개개인의 정립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선 스스로 자신을 목적으로 대함으로써 늘 자신의 존엄성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며 “인간 각자가 생명의 보존과 발양을 위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생활환경을 윤리적 공동체로 건설하고, 그 이후 자연적 환경조성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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