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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피해자 구제하고 보이스피싱은 외면? "평등권·차별 금지 침해 가능성"

HUG, 30일 '전세사기 피해지원 위한 토론회' 개최

"주택도시기금 고갈…임대주택 등 타 사업에 영향"

"보이스피싱은 불가, 전세사기는 공적자금…논의 필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역할 토론회에서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재원이 되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빠르게 줄고 있어 공공임대주택이나 신생아 특례대출 등 타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제기된다. 이밖에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서도 보이스피싱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현안 등과 관련해 헌법상 차별 금지 침해 가능성이 큰 상태다.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를 열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HUG 등 공공기관이 먼저 채권을 매입해 보상을 해주고 추후 경매 등 구상을 통해 대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현재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이같은 방안이 포함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택도시기금이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HUG는 기금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전세금 일부를 돌려준 뒤 피해 주택을 처분해 자금을 회수한다.

그러나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95조 4377억 원으로 2021년 말 11조 9141억 원 대비 21조 원 줄었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 납입금과 건축 인허가,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때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판매액으로 조성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청약저축 납입액이 줄고 주택 거래량이 쪼그라들어 조성액이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 나선 김경선 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 박사는 "주택도시기금은 사실상 납입자들에게 상환해야 하는 대출금인데, 가해자인 임대인이 아니라 제3자인 국가와 사회가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기금 역할과 정책적 기능을 고려할 때 이 재원을 활용해 전세사기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 타당한지 다각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장원 국토부 피해지원총괄과장 역시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2021년 49조 원에서 올해 3월 13조까지 쪼그라들었다"며 "임대주택 공급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에 활용되는 재원인데 피해자들을 위해 소모성으로 써버리고 없애버리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채권의 가치평가에 대한 어려움도 제기됐다. 지역별, 용도별, 시장상황별로 변동성이 크고 조세채권에 대한 산정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택선 HUG 준법지원처장은 "채권매입기관이 공정한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기준을 명확히 하고, 매매대금 평가시점과 지급시기, 회수방식 등 채권 매입 및 회수 방식의 차이에 따른 평가기준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장원 과장 역시 "조세채권이나 질권 등은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이 어려운 만큼 법령에 채권확인절차가 명시되어야 한다"며 "특히 회수시점이 늦기 때문에 채권을 현재가율로 평가하면 약 70% 수준에 불과한데 피해자들이 인정하지 않아 결국 정부 손실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HUG가 이미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행정비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우석 팀장은 "실제로 업무를 하다보면 매입비용과 공사·운영비용 등 부대비용이 발생한다"며 "최소한 1000억에서 3000억 원 가량을 공사에서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1만5000건, 앞으로 3만5000건 이상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기존 인력만으로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개정법안은 공포 후 1개월 내 바로 시행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5월 정기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법안이 곧바로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이장원 과장은 "바로 피해 접수를 받아서 평가 거쳐 돈을 내드려야 하는데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고 이를 위한 조직과 제도도 한 달 내 구축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채권의 경우 평가가 어려운 만큼 공정가치평가에 대한 부분도 전문가들과 수차례 논의해가며 만들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 많은데 전세사기피해자들만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권이나 차별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김윤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그동안 사기 피해자는 개인적 범위기 때문에 국가가 구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는 논리였는데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원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권이나 차별 금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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