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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하루] 킹제임스 성서 세상의 빛을 보다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


때로는 번역이 세상을 바꾼다.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한자로 옮기지 않았다면 오늘날 동아시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이다. 독일어 성서 번역이 아니었다면 종교개혁도 한 시대의 소요로 끝났을지 모른다. 종교 정전의 번역은 알렉산더나 칭기즈칸의 정복 이상의 결과를 낳는다. 자연과 인간의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근대 서구의 성서 번역에 주목해왔다. 성서가 각 나라의 일상어로 옮겨지자 기독교의 중심이 성사와 성직자의 권위에서 말씀 자체의 힘으로 이동했다. 하나님의 메시지와 상충되는 모든 전통이 허울 취급을 받았다.

영국 국교회의 탄생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 중 하나였다. 하지만 독일과 스위스에서 루터와 칼뱅이 보여준 정도의 개혁이 영국에서 시작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영어 성서가 필요했다. 이에 국왕 제임스 1세는 당대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번역 기구를 출범시켰다. 캔터베리 대주교의 감독 아래 웨스트민스터·옥스퍼드·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들이 7년간 작업에 몰두했다. 개인의 성향을 억제하고 초당파적 성격과 학술적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정교한 규칙이 마련됐다. 이와 함께 대중이 읽을 수 있는 성서를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과거의 어떤 것보다 원어에 충실하고 가독성이 높은 영어 성서가 1611년 5월 2일 세상에 나왔다.

이제까지 성서는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잃은 적이 없다.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수식어가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지금까지 성서는 5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신약 부분만 번역된 언어는 1200개를 넘는다. 그중에서 ‘제임스 왕 판본(Holy Bible King James Version)’은 KJV라는 약칭으로 불리며 20세기 중반까지 영어권 국가에서 가장 널리 사용됐다. 4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시편과 복음서에 관한 한 많은 독자가 이 판본을 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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