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국회 공전에 막힌 일·가정양립…정부, 재차 입법예고

난임치료휴가·육아기 단축근로 확대 등

여야 이견 없지만…법안 논의 횟수 0건

법제처 '신속 재추진' 통해 22대 재발의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임기 종료를 일주일 가량 남겨놓고도 대치만 이어가자 고용노동부가 일·가정양립과 관련된 법안을 재차 입법예고했다. 채상병 특검 문제 등을 이유로 국회 입법 기능이 작동하지 않자 22대 국회에서 법안 개정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사전작업에 나선 것이다.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위기라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정작 관련 법안은 논의하지 않고 있는 셈이어서 국회가 본연의 임무를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부 뿐 아니라 총 27개 정부 부처가 폐기 위기에 놓인 정부안 논의를 위해 76건의 입법예고를 쏟아냈다.

고용부는 21일 ‘모성보호3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 했다. 이미 지난해 10월 정부 입법으로 발의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내용이다. 예고 기간은 22대 국회 개원 직전인 5월 31일로 맞춰져 있다.



정부가 채 1년도 안돼 똑같은 절차를 두 번 반복한 것은 국회 법안 논의 절차가 헛바퀴만 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들은 환노위에 상정된 이후 단 한차례도 공식 논의되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는 쟁점법안을 논의하느라 순서가 밀렸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정치권이 총선 준비에 몰두하면서 상임위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4·10 총선이 끝난 뒤에도 환노위는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는 절차를 밟기 위해 30분짜리 전체회의를 한 차례 여는데 그쳤다.

정부는 저출생 대책 중 일·가정 양립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실시한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에 따르면 출산 의향이 있는 25~29세 여성의 92.8%가 출산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답했다. 아이를 낳고도 경력단절 없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출산을 결정하는데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체 응답자의 88.3%는 육아휴직·단축근무를 해도 급여가 충분하다면 출산 의향이 생긴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야가 법안에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빨리 개정돼야 하는 내용이라는 데는 양측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에서 상임위 개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측의 응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배우자 출산휴가 분할 횟수를 1회에서 3회로 확대하고 난임치료휴가를 연간 3일에서 6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육아기 단축 근로의 대상이 되는 자녀의 연령 상한도 만8세에서 만12세로 높이는 조항이 담겼다. 임신기 근로단축 시작 시점도 임신 36주에서 32주로 당겨 조산 가능성이 높은 산모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여야 환노위 의원들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다수 발의해둔 상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1대 국회 내낸 극단적인 대립만 이어온 탓에 그 어느때보다도 입법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며 “통상 국회 임기 말에는 이견 없는 민생 법안을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조차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 전문가는 “채상병 특검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등 정치적 이슈에만 국회가 매몰돼 있다"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 방사성폐기물 관련법 등 여야 간 이견이 없어 시급히 통과할 수 있는 여러 민생 법안이 결국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국회의사당 전경. 연합뉴스


국회가 공전하면서 고용부 외에도 상당수 부처가 22대 국회에 법안을 재발의하기 위해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법제처는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 예정인 법안 중 정부가 지속 추진할 의사가 있는 경우에 한해 입법 절차를 간소화하는 ‘신속 재추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법제처 관계자는 “기존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재발의하는 경우 이미 각종 심사 과정을 마친 내용이므로 행정 절차를 줄이자는 취지”라며 “재추진 여부는 각 소관 부처가 판단해 법제처로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안시스템에 따르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중 정부 발의 법안은 338 건이다. 이 중 약 140건의 법안이 신속 재추진 제도를 통해 재발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정부 발의안은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뒤 15~20일간의 규제 심사와 20~30일이 소요되는 법제처 심사를 거쳐야 비로소 국무회의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신속 재추진 제도 법안들은 이 모든 과정을 1~2주만에 마무리하고 6월 중 22대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