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8월께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사실 외에도 대통령실 관계자와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민감한 시기에 여러 차례 직접 소통한 사실이 드러났다.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 등 당시 사건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이와 같은 배경을 들여다 볼 전망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8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여덟 차례에 걸쳐 김 처장과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4일 오전 10시20분과 10시22분에 김 처장이 먼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27초, 35초간 통화했다. 이튿날인 8월5일 오전 10시 13분에는 김 처장이 이 전 장관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 전 장관은 오전 10시16분(11초), 오전 10시34분(20초), 오전 10시56분(3분54초)에 김 처장과 통화를 했다. 또 이 전 장관과 김 처장은 8월 7일 오후 7시26분(18초)과 오후 8시23분(6초)에도 전화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이 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 받은 당시는 해병대 수사단이 8월 2일 경찰에 이첩한 조사 기록을 국방부가 당일 오후에 회수하고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하던 시점이다.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취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과 이 전 장관의 결재 번복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던 시점이다. 민감한 시기에 두 사람이 여러 차례 직접 연락을 주고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처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이 전 장관보다 두 기수 선배다. 이 전 장관이 장관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가깝게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도 당시 수차례에 걸쳐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8월 4일 오전 10시22분에 이 전 장관이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35초 간 통화했고 8월5~7일 전화와 문자를 서로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사람은 모두 국무위원이었던 만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해병대 수사단과 행안부 소관인 경찰 간 사건 이첩·회수 논란이 있었던 시기인 만큼 해병대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해 서로 논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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