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도경찰청 중 유일하게 ‘풍속단속계’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경찰청이 해당 조직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불법 도박 등 풍속범죄가 갈수록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쪼그라들 경우 감시망이 허술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범죄예방질서과 산하 풍속단속계 인력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풍속범죄 전담 조직이 범죄예방질서계 산하 팀이 아닌 독립 계 단위로 존재하는 곳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중 서울청이 유일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매매 알선이 이뤄지는 등 범죄 수법이 변화하고 있어 조직 규모를 줄이는 검토하게 됐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전통적 형태의 집창촌 등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국 풍속 업소 단속 건수는 2018년 2만 1748건에서 2022년 1만 1685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풍속 범죄 자체는 2018년 2만 건에서 2022년 2만 7000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서울에서도 같은 기간 4737건에서 5849건으로 증가했다. 범죄의 근거지가 사이버 공간 및 신종 업소 등으로 옮겨가며 단속이 더욱 힘들어졌을 뿐 범죄 자체는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서울청이 조직을 손보게 된 것은 올 초 조직 개편의 후폭풍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신림역 칼부림 등 이상 동기 범죄가 횡행하자 경찰은 올해 초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 신규 출범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형사기동대는 일선서 형사 및 시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인력을, 기동순찰대는 본청, 지방청과 일선서 내근직을 끌어다 만든 조직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소속 직원 5000명을 대상으로 4월 1∼15일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88.2%가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현장 인력 감소에 따른 정신적·업무적 부담(80.2%)’이 가장 큰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풍속범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축소된다면 수사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서울청 풍속단속계는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온라인 원정 성매매 사이트 ‘열도의 소녀들’, 강남 한복판 홀덤펍 내 불법 도박 등 신종 풍속 범죄 현장을 적발하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올 초 단행했던 보여주기식 조직 개편으로 인해 풍속 수사는 물론 사이버·외사·테러범죄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 수사망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며 “다만 2개월 만에 조직 개편을 철회하기는 어려운 만큼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일부 인력을 풍속 수사에 고정 할당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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