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극심한 폭염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여름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가디언지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이집트 남부 관광지 아스완 지역에서 지난 7일 온도가 역대 최고인 50.9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61년 카르가 지역의 50.3도보다 높다.
지난 4월엔 수도 카이로에서 야외 응달이 아닌 곳의 온도가 46도에 달했다. 1874년 4월에 기록된 카이로 기온은 24도였다. 이집트 기상청은 올해 여름 더위가 작년보다 훨씬 심해서 피해가 클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집트는 사막 지역 특성상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두 배 빠르게 달아오르기 때문에 온난화가 더 심각한 문제다.
이집트는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는 데 따라 이미 2018년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역대 최대규모로 수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밀 수확 감소와 물 부족으로 인해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잦은 정전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화상 회의 중에 노트북이 꺼지고, 직장인들은 정전 예고 시간을 피해 퇴근을 서두른다. 정전 때 엘리베이터에 갇힌 이들이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 치명적인 사고가 몇 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집트 기상청 추정을 보면 지난해 오렌지 농사는 거의 망가졌고, 망고 수확량은 14.6∼50.5% 감소했다. 이집트 남부 옥수수 수확량도 30∼40%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회계연도에 연료 국가보조금이 46억달러이고, 정전이 없을 정도로 에너지를 확보하려면 월 3억달러가 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많은 지역에서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6월 들어 6일간 이미 80개국에서 기온이 월별 혹은 전체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지난 달 세계 평균 기온이 15.9도로 역대 5월 중 가장 높았다. '역대 가장 더운 달' 기록은 12개월 연속 이어졌다. 특히 북대서양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점을 보면 올해 유럽이 상당히 더울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냉방용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산불 위험이 커진다. 강한 폭풍이 오면 홍수가 나고 농작물이 망가질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생긴다. 이 밖에 모로코와 멕시코는 가뭄을 겪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와 남서부엔 폭염 가능성이 있다. 인도도 이달 초 선거 기간 기온이 40도가 훌쩍 넘었고, 태국은 올해 폭염 사망자가 지난해 연간치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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