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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미술 이야기 '화100'은 왜 조용했나? [아트씽]

[새로운 예술가가 온다:김희영의 눈(1)]

미술작가 오디션 '화100', 심사위원 이후

과거 예술가 오디션 방송 논란 때와 달리

'화100'이 회자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대국민 미술작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지난 3~5월 방송된 MBN의 '화100' /사진출처=MBN




‘화100’은 MBN에서 최근 종영한 대국민 미술작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전공, 경력, 나이 불문의 379명 지원자 중 1차 심사를 통과한 100명의 참가자들이 6개 미션에서 살아남아 최종 승자를 가렸다. 지난 3월 23일부터 5월 25일까지 토요일 오후5시에 방영됐으며, 나는 심상용 서울대 교수·홍경한 미술평론가와 함께 ‘에이전트’라 불리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주말 오후 5시라는 방영시간이 참 어색했는데, 8월초까지 진행되는 목요일 자정 재방송 시청률이 본방송의 두 배라는 걸 제작진이 알려줬다. 미술애호가나 전공자, 2030세대들… 이들이 TV 채널를 뒤적일 자정 시간대에 고정시청자로 자리잡았다는 내부 분석이 있다.

'화100'의 2차 미션 ‘1대1 라이벌 데스매치’에서 경쟁한 염동균과 한해동. /사진출처=MBN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상관없다? ‘아트스타코리아’ 이후


2022년 ‘프리즈 서울’의 개최를 전후로 글로벌 메가갤러리의 서울 진출, 한국의 미술시장의 확대와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 증가로 2014년 CJ E&M의 ‘아트스타코리아’ 이후 사라졌던 미술예능이 재개된다. KBS의 ‘노머니 노아트’(2023년3월), OTT 웨이브에서 송출된 ‘원얼스:아트피아’(2023년7월), MBN의 ‘헬로아트’(2024년1월), ‘화100’(2024년3월)의 네 개 프로그램이 불과 2년 사이 기획된다. ‘아트스타 코리아’ 이후 9년이 지나 제작된 이 프로그램들은 디지털아트('원얼스:아트피아'와 ‘헬로아트’)에서 전통적 회화('화100')까지 매체를 아우르지만 장르는 아트스타코리아의 현대미술 영역에서 평면으로 대체로 범위가 좁혀졌다. 프리즈서울의 영향으로 보인다.

매주 탈락자가 발생하고 최종 1인이 전폭적 지원을 받는 경쟁방식이 문제가 되던 과거와 달리, 그간 우리는 너무 많은 예능 서바이벌을 경험한 것인지 이제 이상할 것도 없다. 예능프로그램은 그러려니 하는 이해와 관용이 자리 잡은 걸까. 이건 공공지원금 대상자를 선발하는 공모나 심사는 아니니까. 4건의 프로그램 대체로 미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삼으며,'화100'의 경우 소수 심사위원의 결정에 시청자의 안목을 포함시켜 최종선발에서 관객 심사가 적용됐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화100'의 참가자 박수성이 티매니저로 일하는 짬짬이 작품 스케치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MBN


왜 미술계는 ‘화100’을 논하지 않는가?


예술가를 경쟁시키고 순위를 매기는 ‘아트스타코리아’의 논쟁으로 미술계가 떠들썩했던 10년 전과 달리 지금 미술계는 “왜 ‘화100’을 논하지 않는가?”('화100'의 준우승자 08AM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첫째, 연령·학력·경력·국적 불문의 전국민 오디션이다보니 일러스트레이터·디자이너·그래피스트 등이 다수 지원하면서, 미술계는 이것을 미술 전문이 아닌 대중적 교양프로그램으로 인지한 게 아닐까. 아는 미술관 학예사나 예술가가 이 프로그램에 보내준 “은근 재미있던데요?” 란 공통된 반응 외에 논란거리는 없었다.

둘째, 제작사인 스튜디오BH의 백승창 대표는 “착한 프로그램이라서”라고 단언한다. 다큐멘터리PD 출신으로, 대중에게 새로운 인식을 열어주는 제작 철학을 가진 그는 “시청자가 그림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을 ‘화100’의 기획의도로 밝혔다. 미술예능프로그램에 주어진 예술과 대중성의 두 과제 앞에서 예술의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에는 에이전트의 비평을, 보는 재미는 참여자들의 스토리텔링과 다이나믹한 미션이 그 역할을 맡았다.

때문에 출연 예술가들 간의 갈등(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심사위원 간 대립(실제로 없었다)의 부각은 이 작전에 포함되지 않았고, 에이전트 심상용(서울대 서양화과 교수)은 “악마의 편집은 절대 안돼요!”라고 제작진에게 새끼손가락 걸어 다짐을 받았다.

평가과정에서 다니엘 신 등 몇몇의 작품을 심사에서 떨어뜨린 걸 개인적으로 후회했고, 어떤 탈락자는 이의를 제기할 법 하건만 출연계약서를 그렇게 쓴 것인지, 조용했다. 그들마저 너무 착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필자 김희영은 서울문화재단 제휴협력팀장이다.

2010년부터 서울문화재단에 재직하며 금천예술공장 총괄매니저를 7년간 맡았다. 레지던시 스튜디오를 통한 예술가 지원, 예술을 통한 지역재생, 테크놀로지 기반 예술과 NFT기획이 전문 분야이며, 그가 금천예술공장에서 실현한 In-House Production 시스템은 2010년 이후 한국 테크놀로지 기반 예술 지원의 중요한 지표가 됐다.

그전에는 ‘미디어시티_서울2000’, ‘세계도자기엑스포경기도2001’, ‘부산비엔날레2003~2005’ 등의 전시팀에서 일했고, 서울대에서 미술이론 석사, 미술경영 협동과정 박사를 취득했다.

MBN의 전국민오디션 <화100> 심사위원(2024), 국민대 행정대학원 박물관미술관학 전공 겸임교수(2020),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복지위원회 위원(2019~2021)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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