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을 둘러싸고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가 또다시 정면충돌했다. 원 후보가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 의사를 무시해 고의로 총선을 패배하도록 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하자 한 후보는 “다중 인격 같은 구태 정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7·23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와 원 후보는 공식 연설을 끝낸 후 각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먼저 원 후보는 “설령 주변이 다 반대했더라도 영부인이 직접 집권 여당 책임자에게 사과 의사가 담긴 문자를 보냈다면 대통령을 설득할 최후의 희망이 열린 셈”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없는 것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한 후보가 문자를 무시한 것은)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것 아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앞서 이날 오전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총선 직후 김 여사와 직접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 여사가 사적 이익만 챙기려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사과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원 후보는 그럼에도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 의향을 확인했더라면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해 대국민 사과를 이끌어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 후보는 또 연설회에 앞서 출연한 방송에서 “지난 총선 비례대표 추천 과정에 한동훈 주변 인물과 검찰 출신 측근들이 개입했다”며 한 후보의 공천 의혹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원 후보는 어제(9일) 토론회에서 네거티브 공격을 안 하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돌변한 다중 인격”이라며 “오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식의 구태 정치는 청산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례대표 공천 개입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 유포는 심각한 범죄”라며 “특히 가족까지 비방하는 것은 선을 많이 넘어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공작에 가까운 ‘마타도어’로 제 당선을 막으면 우리 당이 괜찮아질까”라며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반드시 당선돼야겠다고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61%는 한 후보를 차기 당 대표로 적합하다고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 후보는 14%, 나경원 후보는 9%, 윤상현 후보는 1%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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