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정부가 추진 중인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겼다.
20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면서 이날까지 최소 133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다쳤다. 통신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경찰의 발포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시위대를 향한 정부의 대응은 강경해지고 있다. 앞서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날 자정부터 21일 오전 10시까지 전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으나 통금을 당분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통금과 함께 경찰의 치안 유지를 돕기 위해 주요 도시 거리에는 군대가 배치된 상태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도 21일 출발할 예정이었던 스페인과 브라질 등의 해외 방문 계획도 취소했다. 금지령이 떨어진 뒤 방글라데시군은 장갑차를 이용해 순찰했고 인터넷과 휴대폰 문자 서비스 등 통신도 차단됐다.
이번 시위를 촉발한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는 2018년 정부가 1971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들에게 공직의 30%를 할당하려던 정책이다. 당시 대규모 반대 시위로 폐지됐지만 지난달 다카 고등법원은 이 정책에 문제가 없다며 정책 폐지 결정을 무효화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청년 실업률은 40%에 달해 일자리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정부 일자리는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아 매년 약 40만 명의 졸업생이 공직 3000개를 놓고 경쟁한다.
사태가 확산하자 고등법원 판결의 효력을 일시 정지했던 대법원은 21일 “독립 유공자 자녀의 공직 할당을 회복시킨 하급법원 명령을 기각한다”며 “공직의 93%를 개방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할당제에 따르는 7% 가운데 5%는 국가 유공자 자녀에게, 나머지 2%는 소수 민족·장애인 등에게 배정하도록 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앞서 시위대의 반발은 할당제 폐지에서 더 나아가 하시나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움직임으로까지 확대됐다. 하시나 총리는 1996~2001년 총리를 지낸 뒤 2009년 재집권에 성공해 3연임에 성공했으며 올 1월 야권의 보이콧 속에 다섯 번째 총리직을 맡았다. 그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방글라데시의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장기 집권 속에 권위주의 통치로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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