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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저작권 ‘감시대상’서 ‘모범국’으로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대한민국은 여러 기준에서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규정하는 선진 경제권에 포함되고 2021년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했다.

경제·사회적 발전과 함께 저작권 보호 수준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산하 글로벌혁신정책센터가 발표한 ‘2024 국제지식재산지수’에서 한국은 저작권 분야 3년 연속 세계 7위, 시스템 효율 분야에서는 2년 연속 단독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2008년까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스페셜 301 보고서에서 ‘지식재산권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됐던 점을 상기하면 불과 15년 만에 저작권 정책을 통해 경제 부흥을 이끈 모범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성과다.

한국은 분명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잘살게 됐다. 저작권 제도 성장도 괄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의 저작권 인식도 과연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는지 질문을 던져 볼 차례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이용자의 저작권 보호 인식 수준은 2023년 기준 3.2점(4점 만점)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며 2019년 3.08점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그러나 실생활 속 저작권 준수는 아직 미흡해 보인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불법 스트리밍 영상이나 불법 웹툰을 이용하는 행인들을 여전히 볼 수 있다. 대학가에서는 커피 쿠폰 한 장이면 전공책 불법 스캔본이 거래된다. 유료 구독 문화가 비교적 안착된 음악 시장에도 ‘스트림 리핑’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불법 이용이 등장했다. 국내 불법 복제물 이용률이 최근 5년간 감소세를 보이면서도 여전히 ‘마의 19%’ 수준을 깨지 못하는 이유가 설명되는 장면들이다.

보호원 조사에 따르면 불법 복제물 경로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명 작가는 인터뷰에서 ‘작가님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불법 사이트를 여러 명에게 공유해 작가님을 홍보했다’며 자랑하던 팬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저작물을 이용할 때는 합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 계도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양적 성장을 향한 열망의 유산으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67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만 6194달러로 540배 증가하며 일본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저작권 보호 문화 확립이라는 질적 성숙이다.

대한민국이 창작자가 보호받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저작권 선진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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