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총선 승부수를 띄웠다가 실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달 26일(이하 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이후 새 정부 구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8월 중순까지는 개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이야기로 사실상 총리 선출권을 쥐고 있는 야권에서는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의 정치적 휴전’을 언급했다. 그는 올림픽 기간에 전쟁이 중단되던 역사를 예로 들며 “현 정부와 장관들이 올림픽 계획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각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8월 중순까지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올림픽은 8월 11일까지 열린다.
이에 따라 당분간 프랑스 행정부는 가브리엘 아탈 총리 체제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아탈 총리는 이달 초 치러진 총선 직후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후임자가 지명될 때까지 총리직을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에게 총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통상 다수당에서 추천한 후보를 총리로 지명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다수당인 좌파 연대 신민중전선(NFP)에 권력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대신 범여권 앙상블(ENS)에 극우와 극좌 정당을 제외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PS), 보수당인 공화당(LR)과 합심해 연립정부를 구성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 소속의 야엘 브론피베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재선출되면서 연립정부 구성은 가시화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초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ENS가 NFP에 밀려 의석수 2위를 기록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한편 이날 총리 후보자를 확정한 NFP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총리 임명을 서두르라고 압박했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를 포함해 4개 정당으로 구성된 NFP는 몇 차례 총리 후보 선출과 관련해 정당 간 의견 충돌을 보인 후 특정 정당 출신이 아닌 파리시 공무원 뤼시 카스테 재무국장을 후보로 최종 결정했다. LFI 소속 에리크 코크렐 의원은 X(옛 트위터)에서 “NFP는 카스테를 만장일치로 총리로 선택하면서 정부 운영을 향한 결정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이제 마크롱 대통령은 더 이상 (총리 임명을 미룰) 구실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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