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호조가 전기차 성장 둔화로 인한 영향을 상쇄한 데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들의 높은 수익성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이 45조 205억 원, 영업이익이 4조 2791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공시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6%, 영업이익은 0.7%가 늘었다. 분기 매출액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42조 2332억 원)보다 3조 원 가량 더 많았다. 영업이익률은 9.5%를 기록했다.
2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0.2% 감소한 105만 7168대였다. 국내 시장에서는 9.6%가 줄어든 18만 5737대가 판매됐지만 해외에서 2.0% 증가한 87만 1431대를 기록하면서 감소폭을 줄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에 따른 수요 둔화와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인한 인센티브 상승 추세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환율 효과 등을 바탕으로 영업이익률 9%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을 상쇄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동화 둔화 추세에 따라 싼타페 등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에 대응해 왔다. 현대차에 따르면 2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7% 감소한 5만 8950대가 판매됐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26.4% 증가한 12만 2421대가 판매됐다. 전체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19만 2242대로 0.2% 증가했다.
대당 판매가격(ASP)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제네시스 차량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도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대차의 대표적인 SUV인 투싼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9만 2146대가 판매되며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제네시스 GV80 판매도 같은 기간 1만 91대로 전년 대비 22.2% 증가했다.
우호적인 환율 여건도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에 따른 효과를 봤다. 2분기 원·달러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1371원이다. 실제 현대차가 이날 공시 서류에 첨부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기 이익 증가분은 310억 원으로 이 가운데 환율 효과가 4000억 원을 차지했다. 7530억 원 증가한 비용을 수익 항목에서 환율 효과와 물량 증가(1530억 원) 등이 상쇄한 것이다. 믹스 개선(950억 원)도 수익 항목에 포함됐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이 캐즘 구간에 진입한 만큼 단기적으로 하이브리드 중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주요국들의 중장기적인 환경 규제, 친환경 인프라 투자가 예고된 만큼 차후에는 전기차 수요가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수요 둔화, 주요 시장에서의 업체 간 경쟁 심화, 지역별 정책 불확실성 등은 사업의 악재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전용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최근 국내에 출시한 보급형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라인업 기술 개발에 한층 속도를 높여 친환경차 판매량도 더욱 높인다. SUV 등 고부가가치 상품의 믹스 개선을 통해 수익성 증대도 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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