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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여고시절로 돌아간 120분 [정지은의 리뷰+]

영화 '빅토리' 리뷰

치어리딩에 도전한 소녀들의 방황, 이윽고 성장

박범수 감독이 전한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위로

'빅토리'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응원한다. 내를. 그리고 느그를."

빛나는 청춘을 지나왔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순간들이 있다. 별거 아닌 것에 꺄르르 웃기도 하고, 유치한 장난을 치다 걸려 함께 벌을 서기도 하고, 각자 다른 꿈이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걷기도 하던, 그런 때가 있다. '빅토리'는 그렇게 누구보다도 뜨거웠고 순수했던 연대의 나날들을 그립게 만드는 작품이다.

'빅토리'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너의 꿈을 응원해...혜리의 빛나는 청춘 = '빅토리'는 1999년 세기말 거제에서 댄스 콤비로 활동하는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서완)가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치어리딩에 뛰어든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80년대 거제에서 처음 만들어졌던 최초 여고 치어리딩 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들이 지나온 아름다운 기록을 새겨나간다.

필선과 미나는 축구 유망주인 오빠의 전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같이 서울에서 내려온 전학생 세현(조아람)과 갈등을 빚게 되지만 치어리딩의 매력을 접하며 더욱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목적은 달랐으나 목표는 같았던 소녀들이 하나둘 모이게 되고 그들은 누구보다도 더 마음에 가닿는 응원을 펼치기 위해 힘을 합친다.

'빅토리'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노래부터 패션까지...레트로 감성 '물씬' = '빅토리'의 중심에 선 키워드는 청춘이다. 1999년의 향수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노래들이 흘러나오며 그에 맞춰 댄스 신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이돌 시절 춤선을 잃지 않은 혜리뿐만 아니라 박세완, 조아람을 필두로 모든 배우들이 마치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인다. 관객들로 하여금 치어리딩 팀의 춤과 함께 흘러나오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금까지도 잔존하는 카리스마를 느끼게 만든다.

패션, 소지품 등의 디테일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오버사이즈의 티셔츠나 바지와 더불어 특정 브랜드의 가방, 쉬는 시간 마다 하는 다마곳치, 풀칠로 붙인 앞머리까지. 당시 청춘들에게 유행하던 모든 요소들이 등장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함께 벌어지는 축구 경기를 지켜보는 것 또한 '빅토리'의 묘미다. 청춘 그 자체인 축구를 즐기는 것도 흥미롭고 응원과 축구 경기를 번갈아 보여주는 역동적인 시퀀스도 유연한 연출로 인해 더 큰 박진감을 얻는다.

'빅토리'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청춘'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한 울림 = '빅토리'를 보다 보면 여러 명작들이 떠오른다. 거제를 떠나고 싶어 하고 서울을 갔지만 아무도 없는 타지의 조그만 방에서 자신을 세워나가야 하는 삶을 마주한 필선의 모습은 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 같기도, 처음에는 뜻이 맞지 않았지만 조금씩 합을 맞춰가며 성장해나가는 응원 장면은 '브링 잇 온' 시리즈 같기도 한다. '빅토리'는 청춘이 지닌 여러 단면들을 품으며 그만이 가지고 있는 격동을 전한다.

더불어 청춘이기에, 소녀들의 세상 그 자체인 친구와 가족의 존재를 표현하는 방식 또한 애틋하다. 거제를 배경으로 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는 조선업 기술자들을 향한 노동권 문제,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 등 사회적인 문제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를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신파로만 풀어낸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각자가 잊고 지낸 삶의 목표를 향한 동기를 다시금 깨닫는 동력으로 제시하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빅토리'는 1등이 아님에 좌절하는 어른들을 위한 위로다. 모든 것이 처음인 청춘은 좌절에 방황하기 쉽다. 하지만 '빅토리'는 1등이 아니어도 괜찮은 어른이 되기까지, 삶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진리에 맞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르기까지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누구에게나 반짝이고 바른길을 걸어왔던 청춘이, 누구보다도 쉽고 올곧게 살아왔던 순간이 있었음을 상기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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