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들에게만 유산을 물려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나머지 자녀들이 유류분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일부 승소했다. 아들 측은 유류분 반환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23부(당시 부장판사 서태환)는 A씨 자녀들이 증여를 받은 아들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지난해 11월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04년 5월 사망했다. 이후 A씨의 아들인 B씨는 A씨 소유의 부동산을 증여 또는 유증받았다. A씨의 남은 자녀들은 B 씨에게 명절 때마다 상속을 재촉하다가 2011년 11월경 B 씨가 A씨에게 증여 및 유증을 받아 자신들의 유류분이 침해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다음해인 1월경 B씨에게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소송의 쟁점은 유류분 반환청구권 시효 소멸 여부였다. B 씨는 A씨 사망 직후인 2004년경 원고들이 유류분 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소를 제기하지 않아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고 측은 침해 사실을 정확히 안 시점이 2011년 11월이고 이후 첫 명절인 2012년 1월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다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유류분 침해를 안 시점이 2011년 11월이라고 짚었다. 원고들에 앞서 B씨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 인용 판결을 확정받은 C씨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C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A씨 사망 후 매해 추석, 설날과 같은 명절 때마다 원고들이 B에게 자신의 몫을 달라고 했다’ ‘2011년 11월 무렵 부동산 토지대장을 확인해 이 사건 증여 등을 알게 됐고 그 이후부터 원고들과 함께 매년 명절에 피고에게 각자의 몫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들이 피고가 사실상 A씨의 재산을 독차지했음을 알았다면 B 씨에게 각자의 몫을 달라고 요구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A씨 사망 이후 첫 추석인 2004년 9월부터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행사했다면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금전채권의 시효가 모두 소멸됐다는 B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소송에서 행사하는 권리는 유류분 반환청구권 자체가 아닌 유류분 반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발생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이전등기청구권 및 금전채권이다”며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 권리에 대해서는 민법 제1117조에 규정된 소멸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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