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에어컨 온도 설정과 사용 시간 제한으로 찜통더위 속에 일하는 중앙 관청, 일명 카스미가세키 공무원들의 불만을 받아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적절히 운용할 것’을 지시했다. 가스미가세키는 도쿄도 지요다구의 관청지구로 중앙합동청사, 외무성, 재무성 등 주요 행정기관들이 밀집돼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내각 인사국과 인사원은 중앙 관청 각 부처에 공조 시스템을 적절히 운용하라는 통지를 발송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관청 직원들이 에어컨 온도 설정과 사용 시간제한으로 무더운 환경에서 근무해야 했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다.
일본 노동안전위생법은 공조 설비를 갖춘 사업자에게 실내 온도를 18도 이상 28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정부가 각의 결정한 온난화 가스 배출 삭감을 위한 실행 계획에서는 청사의 에너지 절약 대책으로 ‘적절한 실내 온도 관리(냉방 28도 정도, 난방 19도 정도)를 도모한다’고 규정했다.
이런 규정 탓에 기록적인 무더위를 기록한 올여름 청사 직원들의 고충은 극에 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의 올 7월의 평균 기온은 1898년 이후 7월 중 가장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 관청의 기본 냉방 설정 온도는 28도에 멈춰 있다 보니 “에어컨이 돌아가도 덥다”거나 “탁상용 선풍기는 필수”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에어컨 가동 시간도 문제였다. 오후 8시가 되면 전원이 자동 종료됐고, 심야에 냉방을 하려면 별도의 신청이 필요했다. 직원뿐만 아니라 취업 활동을 위해 관공서를 찾은 사람들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관청 방문 시 대기실이 “고온 사우나 같다”는 증언이 잇따른 것이다. 심지어 더위로 구급차에 실려간 사람도 있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 문제는 2019년 후생노동성 개혁 청년팀이 발표한 긴급 제언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당시 직원들은 “(후생성이) 업무량이 많고 심야 잔업이 많은 조직”이라며 “뿐만 아니라 덥고 좁다는 것만으로도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후생성은 가스미가세키의 중앙 부처 중에서도 건물이 높고 서쪽 햇볕이 직접 들어오는 곳이라 특히 더운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컨이 사무실 가장자리에 있어 실내 전체가 균등하게 시원해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혀 왔다. 더위 대책을 수립하고, ‘쿨 워크 캠페인’을 전개하는 후생성 직원들이 정작 더위에 시달리며 일하는 상황을 두고 “가스미가세키는 언제 쿨한 직장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누적되는 불만에 국가공무원제도를 담당하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28도 정도라는 것에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기존 조치를 변경할 방침을 알렸다. 고노 디지털상은 “부득이하게 정시 이후에도 일해야 하는 경우에는 계속해서 냉방을 사용해 효율적으로 일을 마치고 일찍 퇴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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